MBC '로망스' 주인공 김 재 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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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시력이 0.2 이상이 돼야한다는구나. 포기해야겠다." 고3 시절 담임 선생님의 이 한마디에 어렸을 적부터 꿈꿔온 경찰대 진학은 물거품이 됐다. 그의 시력은 마이너스 6디옵터였다. "내 친구가 연예 기획사 대표인데 한번 만나보지 않을래?" 대학 1학년 때 평소 친분이 있던 병원 원장님이 뜬금없는 제안을 했다. 재미있겠다 싶어서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김재원(22·사진)은 그렇게 해서 연예계에 입문했다. 요즘 최고의 '꽃미남'이라고 불릴 정도로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를 가졌지만 자신이 연기자가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저 제복이 좋아 경찰 아니면 군인이 되리라고 막연히 믿고 있었다. 경찰이 되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합기도·태권도·우슈(중국무술)·특공무술 등도 꾸준히 연마했다.

"꿈을 이루지 못한 게 결국은 잘된 것 같아요. 연기자가 되면 군인·경찰·의사 등 제복이나 유니폼을 입는 배역은 다 해볼 수 있잖아요. 더구나 연기가 이렇게 재미있는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네요. 하하."

지난해 SBS '허니허니'에서 커플매니저로, MBC 주간 단막극 '우리집'에선 착실한 대학생으로 얼굴을 비췄던 그는 데뷔 1년도 안돼 MBC 미니시리즈 '로망스'(8일 첫 방송)의 주인공에 발탁됐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김하늘 분)과 나이·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나누는 학생 최관우 역이다.

"관우는 능글맞고 뺀질대고 뻔뻔하기도 해요. 하지만 아버지의 자살로 쇠락한 집안을 일으켜세울 만큼 책임감도 있고 연상의 선생님을 끝까지 사랑하는 순정도 있어요. 한마디로 멋진 남자죠."

어린 나이에 연상의 여자 선생님을 사랑하는 연기가 어색할 법도 한데 그는 마냥 재미있단다. "하늘이 누나가 너무 예뻐서"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다보니 어디선가 모르게 힘이 쑥쑥 생겨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엔 설정이 너무 억지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로망스' 홈페이지에 쏟아진 여선생님과 남학생의 실제 러브 스토리들을 읽으면서 느낀 게 많아요. 사랑에는 신분이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실제로 그의 고교 생활은 어땠을까. 일단 여선생님을 짝사랑해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여선생님은 나이가 50대였고 그나마 젊은 선생님은 임신 중이었기 때문이다. 남녀공학이었지만 여학생들에게 그리 인기가 없었다. 얌전하고 숫기가 없어 어머니와 친누나 말고는 여자랑 얘기해 본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연기를 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환하고 빛나는 미소로 촬영장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김재원은 탤런트 김호진이나 배용준과 비슷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목젖이 보일 때까지 웃어 젖힐 때는 천상 김호진이고,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는 저음의 목소리는 배용준과 닮아 보였다.

"사실 기분은 좋아요. 제가 존경하는 선배들과 비슷하다는 건 칭찬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앞으로는 누굴 닮았다는 얘기보단 '김재원이 참 연기 잘하는구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씨익 웃는 그의 모습에서 밝은 앞날이 예견됐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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