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 일본’ 열도가 뒤집어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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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일본 축구팬이 오사카 도톤보리 강에서 다이빙하며 16강 진출을 기뻐하고 있다. 일본은 오는 2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로프투스 페르스펠트에서 8강 진출을 놓고 파라과이와 일전을 벌일 예정이다. [오사카 AP=연합뉴스]

‘사무라이 블루’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로 일본 열도가 들끓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자국 대표팀의 선전에 25일 새벽 일본 축구팬들은 도쿄시내를 활보하며 16강의 기쁨을 만끽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25일 새벽 열린 일본-덴마크전의 최고 시청률은 41.3%였다. 일본이 덴마크를 3대1로 완파하고 조 2위로 16강행을 확정짓자 시부야와 신주쿠 등 도쿄시내의 호프집 등에서 밤샘응원을 하던 젊은이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닛폰! 닛폰!(일본)”을 연호했다. “오카다 간토쿠 반자이!(오카다 감독 만세)” “혼다 게이스케 사이코!(혼다 게이스케 최고)”를 외치는 도쿄의 거리 분위기는 열광 그 자체였다. 사이타마 스타디움에는 약 5000명의 응원단이 모였다.

일본팀 에이스 혼다 게이스케(24·CSKA 모스크바·사진)의 고향인 오사카에서도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졌다. 오사카 도심의 도톤보리에서는 흥분한 젊은이 50여 명이 “반자이!(만세)”를 외치며 강물로 뛰어들기도 했다. 골을 넣은 혼다는 하루아침에 일본의 영웅이 됐다. “난 우승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덴마크전 승리가) 생각만큼 기쁘진 않다”는 혼다의 소감에 일본의 여성 팬들은 열광했다. “월드컵이 끝나면 분명 유럽의 큰 구단에 스카우트될 것이다”라는 평이 잇따랐다.

스포츠닛폰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신문들은 일제히 호외를 제작했다. 이날 낮 긴자 거리에는 일본 대표팀 유니폼 상의를 입고 출근한 회사원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일본의 원정 첫 16강 진출 소식을 듣고 “여러분 덕분에 일본 전체가 활기와 긍지에 넘치고 있다”고 대표팀을 격려했다. 가와바타 다쓰오 문부과학상은 원정 첫 16강 진출이 2022년 월드컵 대회 유치에 도움이 되길 기대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2022년 대회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대회 전 평가전에서 참패 행진으로 비난을 들었던 오카다 다케시 감독은 이제 하느님 같은 존재다. 그에 대한 살인적인 비난은 이날 경기로 180도 바뀌었다. 앞서 오카다 감독은 “월드컵이 끝나면 농촌생활을 하고 싶다”며 감독직 사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인터넷에는 “오카다 감독, 미안합니다” “감독의 전술로 16강에 올랐다”는 네티즌들의 글이 대거 올랐다. 스포츠닛폰은 이날 “오카다 감독이 일본축구협회 회장으로 유력시된다”고 보도했다.

한국에 이어 일본이 16강에 진출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네티즌들은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지킨 양국을 서로 치켜세우고 있다. 일부 일본 네티즌은 한국팀이 16강에 진출했을 때 “심판을 매수했다”는 억지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 네티즌은 “아시아 축구의 수준이 높아졌음을 실감했다”고 한국팀을 칭찬했다. 일본도 16강에 진출하자 “한국과 일본이 결승전에서 만나자”는 덕담도 나왔다. 한국 네티즌들도 “일본 축구의 압박이 돋보였다”며 덴마크를 제압한 일본의 실력을 재평가했다. 한 한국 네티즌은 “한·일 모두 감독이 자국 출신인데 이제 순수 아시아 토종 감독도 월드컵에서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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