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보수 신앙을 고수하는 재단이다 보니 주말이면 시골 교회로 전도여행을 떠나는 선배들이 많았다. 나도 고등학교 3학년부터 그들을 따라 시골 전도대회에 가곤 했다. 주말에 학교에 남는 게 심심하기도 했지만 어렴풋이나마 목사를 꿈꾸고 있던 때라 자연스럽게 친한 선배들을 따라 나섰던 것이다.
전도집회에 본격적으로 가담한 것은 1955년 대학 신학과에 진학하면서였다. 미국엔 청교도 정신이 면면이 내려오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시골에는 교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는 주말이면 보통 왕복 6시간이나 걸리는 곳으로 전도를 나가곤 했다.
전도활동을 벌일 때면 그 지역 YFC(Youth For Christ, 10대 선교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YFC는 2차 대전이 끝난 뒤 방황하는 10대 청소년들을 전도하기 위해 미국의 폴리 존스 목사가 1946년에 창설한 세계적인 단체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를 비롯한 미국의 수많은 기독교 인재들이 YFC를 통해 배출되었다.
우리는 트럼펫과 작은북 등을 앞세우고 동네를 돌며 사람들을 모은 뒤 즉석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다. 저녁에는 마을의 청소년들을 교회에 불러들여 재미있는 인형극과 슬라이드를 보여주었다. 선배들은 설교를, 나는 간증을 맡았다. 피비린내나는 전쟁을 겪은 가난한 나라에서 유학온 나의 이야기는 간증에 더없이 훌륭한 소재였다. 나의 이야기는 시골 아이들에게 큰 용기를 불어 넣었다. 내가 간증을 할 때마다 큰 반향이 있자 선배들은 나를 서로 데려가려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대학교 1학년인 나를 교회에서 정식 초청해, 간증 설교를 부탁하기도 했다. 칼 파워스씨 집에서 멀지 않은 롱브랜치 교회에서 열린 부흥집회에도 초청받았다. 그 교회에 다니던 칼 파워스씨의 외삼촌이 세 명의 강사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나를 추천했던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웅변대회를 앞두고 칼 파워스씨가 모금을 하느라 나를 지역신문에 여러 번 소개했던 터라 나는 그 지역에서 꽤 유명해져 있었다. 롱 브랜치 교회는 50명 정도 모이는 작은 교회였는데 나는 내가 미국에 오게된 경위와 미국 생활, 칼 파워스씨의 희생정신 등에 대해 얘기했다.
예배가 끝나자 사람들은 나에게 악수를 청하며 감동적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날 예배에 다른 지역에 사는 케슬이라는 분이 참석했는데 내 설교를 듣고 자신이 다니는 교회로 나를 초청했다. 초청이 계속 이어져 나는 이 교회 저 교회로 불려다니며 간증 설교를 하게 되었고, 약간의 사례금도 받았다. 대학생이 되면서 돈 들 일이 많아 걱정하던 차에 퍽 다행이었다. 칼 파워스씨는 꾸준히 나의 학비를 대주었다.
내 설교를 듣고 자신이 속한 로터리클럽이나 라이온스클럽에 나를 추천하는 사람도 많았다. 클럽에서는 보통 5분 정도의 연설을 했다. 미군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온 독특한 신학생이다 보니 여기저기 부르는 데가 많아 친구들 가운데 내가 가장 인기 있는 강사로 떠올랐다.
한번은 아칸소주에서 온 의사가 단테시 로터리클럽 모임에 참석했다가 나의 연설에 감동해 나에게 왕복 비행기표까지 사주며 초청했다. 학교의 허락을 받고 아칸소에 가서 보니 의사의 장인이 유전과 드넓은 땅을 소유한 어마어마한 부자였다. 그 의사의 주선으로 그 사람이 다니는 교회에서도 간증을 하고 꽤 많은 돈을 사례금으로 받았다. 그 돈으로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한국의 가족들에게 스웨터를 사서 보냈다. 내가 번 돈으로 가족들에게 선물을 보낸 뒤 굉장히 뿌듯해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은 비행기까지 타고 다니며 강연을 하는 나를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친구들 중에서도 나를 자신의 고향 교회로 소개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시골로 전도여행을 갈 때면 언제나 수원의 풍경이 떠올랐다. 부자 동네도 많은데 굳이 시골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들이 존경스러워 보였다. 그 목사님들은 우리가 전도를 마치고 돌아갈 때면 꼭 과일을 한아름 싸주셨는데 그럴 때면 어머니가 생각나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다. 그분들을 보면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가난한 고향 사람들을 전도하고, YFC를 창설해 수원의 청소년을 위해 일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곤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