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權씨 ?線? 권노갑씨에 정보보고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 권노갑(權甲)전 고문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권력 실세의 정보 및 정치자금 조달창구 역할을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1일 權전고문에게 진승현씨의 돈 5천만원을 전달한 사람은 김은성(金銀星·수감)국정원 전 2차장이었으며 金전차장이 權전고문을 찾아간 목적은 최규선씨에 대한 정보보고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權전고문도 정보보고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문제는 국정원의 보고 선상에 있지 않은 權전고문이 왜 金전차장에게서 정보보고를 받았느냐는 점이다.

權전고문은 최규선씨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가 기자들이 "무슨 자격으로 국정원에서 정보보고를 받았느냐"고 묻자 "당 상임고문으로서 나에 대한 보고만 받았다"고 얼버무렸다.

국내 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 2차장이 권력 실세로 통하던 權전고문을 집까지 은밀하게 찾아가 정보보고를 했다는 사실은 예삿일이 아니다.

사인(私人)에게 정보보고를 한 것 자체가 국정원법 위반일 뿐 아니라 정치적인 의미도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金전차장이 전달했다는 5천만원의 의미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은 "金전차장은 당시 陳씨를 대동하고 權전고문의 서울 평창동 집까지 갔으며 陳씨는 밖에서 기다리고 金전차장만 안에 들어가 돈을 전달했다"고 경위를 밝혔다.

權전고문은 "국정원 2차장에게서 금감원 조사무마 청탁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명백한 범죄행위인데 왜 그런 일을 했겠느냐"며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權전고문은 陳씨는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경위는 검찰 수사를 통해 분명히 밝혀지겠지만 이는 權전고문이 陳씨 돈인지 모르고 받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즉, 金전차장이 權전고문에게 각종 정보보고를 하면서 내역을 밝히지 않은 채 정치자금도 전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金전차장이 정치자금을 조성했으며 그 과정에서 국정원 관계자들도 각종 게이트에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정성홍(丁聖弘·수감)전 국정원 경제과장의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관계자들이 돈을 "특수목적의 사업비로 지출했다"며 정확한 용처를 밝히지 않은 것도 이같은 의혹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장정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