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위해 전통복장 특별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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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서울경찰청 기마경찰대.농구코트 크기의 훈련장 주위를 줄맞춰 돌던 경주마 여덟마리를 향해 기마경찰대원들이 꽹과리·징·북 등을 연신 두드렸다. 이들 경찰마는 월드컵 기간 의전·질서 유지·시위 해산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말들은 워낙 예민해 작은 소리에도 놀라 펄쩍 뛴다. 훌리건의 난동이나 소란한 응원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해 '순치 훈련'을 하고 있다."

기마대장인 이상석(李相碩·54)경위는 2년째 이런 특수 적응훈련을 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들에게 월드컵 휘장 깃발·고무 풍선을 흔들거나 곤봉으로 방패를 치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려주고 오재미를 던지는 방식 등으로 시위 상황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그는 "말에 탄 경찰대원은 시계 범위가 넓어 순찰이나 시위진압에 효과적"이라며 "기마경찰대의 존재만으로도 훌리건에게 위압감을 주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기 도중 관중이 난동을 부리면 말에 탄 채로 화약총을 허공에 발사하거나 훌리건들 사이를 돌파해 이들을 해산하는 방법을 쓸 예정이다. 최후의 방법으로 곤봉으로 훌리건들을 직접 진압할 수 있지만 일단은 사전 예방하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월드컵 관광객을 맞기 위해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기마경찰의 전통복장(포도대장 차림 등)을 특별 제작했다고 한다.

1973년 경찰에 입문한 李경위는 형사·방범·정보 등의 업무를 하다 79년 기마경찰대에 자원했다.

"3년 말을 타고 나니 49㎏까지 줄었던 몸무게가 68㎏으로 늘어 정말 기적같이 건강을 되찾았다." "월드컵 때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경찰마처럼 충직하고 용맹한 대한민국의 경찰상을 보이겠다." 그를 포함한 경찰대원(기수) 18명은 이렇게 각오를 밝혔다.

◇기마경찰대=45년 9월 말 90필과 경찰대원 1백여명으로 구성된 서울시경 소속 기마경찰대로 발족했다. 72년 6월 현 성수동 부지로 이전했다. 전북·제주 경찰청도 기마경찰대를 운영 중이다.

서울 기마경찰대는 평일 오후에 잠실·뚝섬·여의도 한강둔치와 어린이대공원·올림픽공원 등에서 방범 순찰과 질서 유지 활동을 하고 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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