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10시간 싸웠다, 결판 안 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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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마위(앞)가 존 아이스너와의 윔블던 남자단식 1회전 경기 5세트 도중 점수를 놓치자 지친 나머지 잠시 잔디코트 위에 엎드려 있다.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테니스에서 ‘10시간 경기’가 나왔다. 이쯤 되면 테니스가 아니라 100㎞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 기록이다. 영국 런던 윔블던에서 열리고 있는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마라톤 경기가 벌어졌다. 23일(한국시간)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존 아이스너(미국·세계랭킹 19위)와 니콜라 마위(프랑스·148위)의 남자단식 1회전은 마지막 5세트 게임 스코어 59-59에서 승부를 내지 못하고 다음 날로 미뤄졌다.

경기 소요 시간은 무려 10시간으로 2004년 프랑스오픈 남자단식에서 파브리스 산토로(프랑스)와 아르노 클라망(프랑스)이 세운 역대 최장 시간 기록(6시간33분)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59-59까지 간 5세트만 7시간6분이 걸렸다. 메이저대회 5세트는 타이브레이크가 적용되지 않아 한 선수가 연속으로 두 게임을 따야 경기가 마무리된다.

아이스너와 마위는 이날 오전 세트 스코어 2-2(6-4, 3-6, 6-7, 7-6)에서 5세트에 돌입했다. 6-6부터 한 경기씩 주고받은 둘은 아이스너가 도망가면 마위가 따라잡고, 마위가 달아나면 아이스너가 쫓아가는 혈전을 벌였다. 결국 59-59에서 심판이 현지시간 오후 9시쯤 일몰로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둘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 했다. 아이스너는 “이런 경기는 다시 없을 것이다. 절대로”라며 고개를 저었다.

둘은 최장 시간 외에도 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이스너가 서브 에이스 98개, 마위가 94개를 꽂아 넣으며 2009년 데이비스컵에서 이보 카를로비치(크로아티아)가 세운 종전 기록(78개)을 훌쩍 넘어섰다. 게임 수도 역대 최다였다. 총 163경기를 주고받아 1973년 데이비스컵 복식에서 나온 122경기를 뛰어넘었다. 둘의 경기는 현지시간으로 24일 오후에 재개됐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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