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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勢모으기 속도 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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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이 '노무현-한화갑'체제로 탈바꿈했다. 'DJ당'이란 오랜 이미지를 벗고 후보와 韓대표를 '얼굴'로 하는 새 질서가 짜였다.

이들은 12월 대통령선거 때까지 상호 보완·협력관계를 유지하며 당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후보의 영향력 강화다. 개혁성을 앞세워온 韓대표나 개혁그룹이 대거 최고위원에 포진한 것이 후보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후보의 개혁 색채를 더욱 선명하게 해 개혁세력 결집에 속도를 붙일 것이기 때문이다.

후보 쪽은 일찌감치 정풍(整風)·쇄신파동을 겪으면서 주류에 반대하고, 개혁세력 편에 서온 韓대표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파트너"로 택하고 -韓연대를 이뤘다.

27일 선출된 7명의 최고위원 중 개혁그룹으로 꼽히는 정대철(鄭大哲)의원이 예상을 깨고 2위로 올라섰고, 추미애(秋美愛)·신기남(辛基南)의원 등 쇄신파들이 포진했다.

반대로 그동안 당을 움직여온 동교동계 구파의 퇴조가 뚜렷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직전 당대표를 지낸 한광옥(韓光玉)후보는 대표자리를 노렸지만 4위로 밀렸고, 구파의 핵심격인 김옥두(金玉斗)의원은 탈락했다.

영남 출신 후보와 호남 출신 韓대표의 결합은 '영·호남 연대를 통한 대선승리'란 민주당의 대선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후보의 약점을 동교동계 출신인 韓대표가 보완해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韓체제의 당면 과제는 대선 승리다. 이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난제가 만만찮다. 당장 6월 지방선거와 8월의 국회의원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민주당이 전통적 우세를 보여온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과 후보의 연고지인 영남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둘지가 관건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과 측근들의 '게이트 정국'이 장기화하면 DJ가신(家臣) 이미지가 있는 韓대표가 후보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당 일각에서 홍걸씨 비리의혹이 터져나오면서 후보의 지지세가 주춤하자 'DJ와의 고리 끊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후보와 韓대표가 어떻게 '수평적'관계를 만들어갈 것이냐도 과제다. 韓대표는 "올해는 모든 행사에서 후보가 중심"이라며 후보를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28일 4·19묘역과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자리에서 韓대표는 후보에게 내내 "먼저 하시라"며 양보했다. 후보도 당사 내에 후보사무실 문제가 나오자 "너무 형식적인 문제에 신경쓰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후보의 비타협적 성향이 파열음을 낼 수도 있다"(고위 당직자)는 우려도 있다. 김종필(金鍾泌)자민련 총재와의 연대, 국가보안법 개정문제에서 후보와 韓대표의 견해가 벌써 엇갈린다.

경선을 치르면서 골이 깊어진 이인제(仁濟)전 고문과 충청권 의원들의 소외감을 추슬러야 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대표를 놓고 격돌했던 박상천(朴相千)·한광옥 최고위원 등의 협조도 얻어야 한다. 朴·韓위원은 경선 후 처음 열린 이날 상견례에 과로를 이유로 불참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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