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모퉁이를 도는 순간
햇빛이 유리창처럼 떨어졌다
아찔!
나무가 새겨진다
햇빛이 미세하게
벚꽃들 깎아낸다
벚꽃들, 뭉게뭉게 벚꽃들
청남빛 그늘 위의
희디흰 눈꺼풀들
부셔하는 눈꺼풀들
네게도 벚꽃의 시절이 있었다
물론 내게도
-황인숙(1958~ ) '아직도 햇빛이 눈을 부시게 한다'
구름처럼 피어난 화사한 벚꽃들 눈이 부시다. 눈이 부셔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저 벚꽃같이 화사한 날들이 네게도 내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의 정신은 너무 게으르고 나의 삶에는 '왜'가 없다, 눈부시게 하는 건 벚꽃과 햇빛 뿐. 부신 생(生)이 없다. 새들은 자유롭게 하늘을 풀어놓는데….
천양희<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