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밸리 主役 교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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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인터파크는 이달 1일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의 로담코빌딩에서 중구 을지로 동양종합금융증권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이 회사 김동업 팀장은 "창업 이후 5년동안 지낸 테헤란밸리를 떠나게 돼 섭섭했지만, 사무실이 좁고 임대료가 비싸 강북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선릉역 인근의 동부 파이낸셜빌딩 22층. 최근 국내 영업에 나선 도시바코리아 직원들이 사업계획을 다듬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차인덕 사장은 "한국에 진출하면서 대표적인 벤처거리에 사무실을 둬야 회사를 알리고 마케팅과 영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테헤란밸리에 사무실을 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벤처거리인 테헤란밸리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삼성역까지의 테헤란로 주변을 일컫는 테헤란밸리는 1997년 하반기부터 주요 벤처기업들이 들어서면서 '국내 벤처의 메카'로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 주요 닷컴(인터넷)기업들이 빠져 나가고 그 자리를 일본 등 외국계 IT(정보기술)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가락동 등에 새 둥지

◇떠나는 닷컴=인터파크에 이어 드림위즈·소빅컨설팅·아스트로네스트·블루넷 등이 최근 테헤란밸리를 떠나 잠실·정동·가락동 등지로 옮겼다. 이에 앞서 리타워테크놀로지·하이홈 등 수십여개사가 테헤란밸리를 떠났다. 인터넷기업협회 조재한 팀장은 "1년 전만 해도 회원사의 80% 정도가 테헤란밸리 인근에 있었으나 지금은 60%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닷컴들이 테헤란밸리를 떠나는 것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때문. 가락동·여의도·성수 등 서울 곳곳에 벤처단지가 생겨나면서 테헤란밸리만이 갖는 장점도 줄었다. 특히 가중되는 교통난과 임대료 부담은 테헤란밸리를 떠나는 주 요인이 됐다. 현재 테헤란로 큰 길가의 평당 임대료는 4백50만~1천만원선. 반면 잠실·분당·가락동 등의 임대료는 평당 1백만~3백50만원선이다.

최근 잠실로 이사한 드림위즈의 김정수 차장은 "대부분의 대외업무를 온라인으로 하기 때문에 굳이 값비싼 테헤란밸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아셈타워 입주 줄서기

◇들어오는 외국IT기업=닷컴들이 떠난 빈자리를 올해 도시바·JVC(글라스타워)·올림푸스 한국(덕흥빌딩)·어바이어·앤더슨코리아·슐렘버제세마(이상 스타타워)등이 채웠다. 샤프·후지제록스·노키아 등은 고객센터와 전시관을 선릉역과 강남역 근처에 만들었고, 소니·컴팩·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은 아셈타워에 일찌감치 자리잡았다.아셈타워를 운영하는 코엑스 오피스운영팀의 구대현 과장은 "올들어 외국기업의 입주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입주 대기자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외국 IT업체들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회사를 알리기에는 벤처 거리의 대명사격인 테헤란밸리가 가장 적당하고▶특히 일본의 디지털가전업체들은 주요 거래처인 백화점·대기업계열 IT업체 등이 대부분 강남에 몰려있어 이곳을 선호한다. 테헤란밸리에 주요 호텔이 밀집해 있어 출장 온 본사 직원들이 머무르며 업무를 보기에 편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인터넷기업협회 김성호 실장은 "국내 기업·소비자와의 네트워크 구축 필요성 때문에 인프라가 잘 갖춰진 테헤란밸리를 선호하는 외국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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