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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검찰관들 보직 해임 요청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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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군 검찰단의 자체 보직 해임 건의를 국방부가 항명으로 규정, 엄중 문책을 검토하면서 양측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의 국방부 검찰단 사무실.[중앙포토]

19일 국방부는 초유의 군 검찰관 보직 해임 요청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이르면 20일 중 차관 주재 대책회의를 열어 군 검찰 3명에 대한 문책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군 검찰은 오히려 당당하다. 공정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보직 해임 요청보다 더한 카드를 쓰겠다는 입장도 시사했다. 정치권도 논쟁에 가세했다.

◆ 왜 보직 해임 주장했나=군 검찰관들의 보직 해임 요구는 군 조직상 지휘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국방부 검찰단은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직속기관이다.

또 장관이 장성급에 대한 영장 청구를 승인 또는 반려하는 권한은 군 형법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군 검찰은 '항명'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스스로 해임을 요청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군 검찰이 육군본부 최고 수뇌부의 개입 의혹을 시사하는 진술.물증을 확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군의 한 소식통은 "군 검찰은 국방부에 남재준 육참총장에 대한 수사 필요성도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공식 발표에서 이를 완전히 일축했다. 육본 L준장에 대한 군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승인 요청은 "의욕만 가지고 불충분한 사실로 구속하려 했던 행위"라는 것이다. 승인 요청 서류를 들여다보니 구속할 만큼 중대한 범죄 혐의가 없었다는 의미다.

육본 역시 군 검찰을 거세게 비판한다. 구속된 중령 두 명에 대한 향후 재판 과정에선 군 검찰의 수사가 얼마나 무리했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한다. 육본 측에선 "근본적으로 전문가라야 이해할 수 있는 인사 과정을 비전문가가 들여다보는 수사였기 때문에 무리수가 생긴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 파문 확산=국방부는 문제의 군 검찰관들의 보직 해임을 검토 중이다. 장관의 보강 수사 지시를 어기고 극단 행동에 나선 이들에게 더 이상 수사를 맡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직 해임 이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내리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수사는 새로운 검찰관들이 진행한다.

하지만 군 검찰관들은 "보직 해임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향후 수사는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군 검찰이 직접 그간의 수사 '실적'을 언론에 터뜨릴지 모른다는 얘기도 군 주변에서 흘러나온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에게서 "책임지고 갈등 국면으로 비치지 않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던 장관에게도 치명타가 된다.

◆ 정치권으로 튀는 불똥=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을 자청, "수사를 통해 진급 비리의 실체를 규명하려는 군 검찰의 노력을 지휘권 차원에서 다루려는 시도는 잘못됐다"며 국방부를 공격했다. 그는 "군 검찰관 문책이 정당화되려면 (국방부의) 수사 방해행위 및 외압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수사상황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보고받아 왔다"며 "국방부 장관이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하지 않은 모 장성에 대해선 사법 처리될 만한 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최 의원은 법사위의 여당 간사로 군 사법 개혁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같은 당의 국방부 장관 출신인 조성태 의원은 "보직 해임 요청은 명령체계로 움직이는 군 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군 검찰을 비판했다.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장관이 결심한 사안이 불만스럽다고 해임시켜 달라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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