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주로 움직이는 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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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개인은 중소형주, 외국인과 기관은 우량 대형주 선호'라는 과거의 투자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올 들어 적립식 투자가 자리를 잡으면서 개인들도 우량주를 꾸준하게 매수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우량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올 들어 기관은 1조928억원, 외국인은 3조3762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개인들은 996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3위인 포스코 주식도 올 들어 개인은 66억원의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12월 이후, 개인은 우량주가 많이 포진해 있는 KOSPI 200 대상종목을 639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신영투신 허남권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들어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 방식도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며 "저평가된 우량주를 꾸준하게 매수하는 등 '현명한 투자자(smart investor)'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의 배경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우량주 매수를 통한 '주식으로 저축하기' 움직임이 확산된 데다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우량주를 살 것을 권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지난 6월 초 키움닷컴증권이 처음 선보인 종목별 증거금 차등제도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주식을 매수할 때 일률적으로 40%의 증거금이 필요했지만 키움닷컴.대우.미래에셋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서는 우량주에 최저 20%의 증거금만 요구하고 있다.

키움닷컴과 대우증권은 종목을 4등급으로 나눠 ▶우량주인 A등급은 20%▶B등급은 30%▶C등급은 40%의 증거금을 적용하는 반면 관리 및 감리종목 등 요주의 종목인 D등급에는 100%의 증거금을 요구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도 20일부터 종목을 네 등급을 나눠 ▶A등급은 25%▶B등급은 33%▶C등급은 40%의 증거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같은 A등급 종목을 1억원어치 매수하려면 기존에는 40% 증거금인 4000만원의 현금 또는 대용주식이 있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25%인 2500만원만 있으면 된다.

동양종금증권 김면식 리테일기획팀장은 "종목별 증거금제는 우량종목 위주로 매매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동시에 부적절한 종목을 과도하게 사고 파는 것을 상당부분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이 제도가 모든 증권사로 확대될 경우 우량종목의 매매 활성화와 증시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량주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증권사 영업점의 주식 시세판을 재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대신증권은 올 하반기 이후 본점과 일부 지점의 주식 시세판에 초우량주로 구성된 '니프티(nifty;멋진) 50' 종목을 따로 모아 눈에 띄게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삼성증권은 KOSPI200과 코스닥50 종목을 대상으로 하는 정석투자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한국증권업협회도 이달 초부터 증권 홍보대사인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과 아나운서 정지영씨를 TV에 출연시켜 '주식으로 저축하기'를 집중 홍보하는 등 장기 주식저축 운동을 펼치고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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