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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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블루칩만의 잔치'.

최근 장세의 특징이다. 우량 대형주가 주로 오르고 주변 주는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2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4.81포인트 오른 925.7로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비롯, SK텔레콤·국민은행·KT·한전·포스코·현대차 등 시가총액 '빅 7'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정작 주가가 오른 종목은 2백18개에 불과했고 떨어진 종목은 5백83개에 달했다. 약보합으로 끝난 전날(22일)에도 하락 종목수는 6백72개로 상승 종목 수(1백85개)의 3.6배나 됐다. 명목 상의 지수 등락과 실제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와의 괴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왜 덩치 큰 우량주만 오르나=지수 900을 돌파한 지난달 말부터 종합지수는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승 종목 수와 하락 종목 수의 차이 누계를 나타내는 등락주선(ADL)은 가파른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 참조>

즉 그만큼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보다 많은 날이 많고 시장 참여자들의 체감지수는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수 비중이 높은 대형 우량주들이 장의 주도권을 장악한 가운데 철저하게 주변주들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대표는 "현 지수 상승의 원동력은 기업이익 개선인데 이를 이끌고 있는 것은 결국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업종 대표 우량주들로 귀착된다"고 설명했다. 즉 블루칩과 핵심 옐로칩이 지수 1,000 달성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매기가 핵심 우랭주로만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또 기관이 증시를 주도하면서 이들이 관심을 갖는 종목만 오를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국내 간접투자 상품은 성장·가치주 혹은 대형·소형주에 따른 상품 분화는 거의 없고 주식편입비에 의한 기준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관의 매수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기관으로선 시가총액 66%를 차지하는 상위 20개사를 제외한 다른 종목을 편입시켜봤자 별 다른 분산효과 없이 거래상의 불편만 초래하기 때문에 시가총액 상위 종목만 고집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이달 들어 종합지수가 3.2% 상승한 지난주말까지 시가총액 40위 이내의 종목만 재미를 봤고 시가총액 하위권에 속할수록 오히려 하락 폭이 컸다.

◇언제까지 블루칩만 오를까=적어도 1,000선을 넘어설 때까지는 현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교보증권 최성호 책임연구원은 "지수 1,000을 돌파했던 1994년과 99년에도 여지없이 우량 대형주 위주의 장이 전개됐다"며 "이럴 때는 주변주들이 상당기간 철저히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99년의 경우 700포인트를 뚫고 1,000에 도달하기까지 약 두달 동안 종합지수와 등락 주선이 심각한 괴리를 나타내며 삼성전자 등 블루칩 장세가 전개됐다. 94년에도 지수 900에서 나타난 괴리현상이 약 6개월여 동안 계속됐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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