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명품족이 원하는 건 덜 비싸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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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토리 버치’ 브랜드의 미국 디자이너 토리 버치(44·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청담동에 23일 문을 연 이 브랜드의 국내 첫 단독매장 개장식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 브랜드는 티(T)자 로고 두 개가 박힌 신발로 유명하다. 2004년 뉴욕에서 창업, 미국에선 이미 26개의 단독 매장을 열고 있으며 유럽·중동까지 진출했다. 한국 단독매장은 400㎡ 규모로 이 브랜드의 매장 가운데 가장 크다.

“꼭 비싸야만 명품인가요. 세계적으로 명품족은 점점 젊어지고 있어요. 그들은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원하죠.” 버치는 단시간에 브랜드를 성공 궤도에 올린 이유를 틈새 시장 공략에서 찾았다. 장인의 숙련된 기술이나 최고 소재를 내세우는 기존 명품 브랜드와 이런 면에서 차별화하고 있다. 대신 그는 워싱·프린트·꼬임 등의 기법으로 새로운 원단을 개발하는 데 승부를 걸었다. 생산도 ‘공방’이 아닌 중국·인도·페루 등 인건비가 비싸지 않은 나라의 공장에 맡겼다. 그렇게 만든 가방은 70만원대, 신발은 30만원대다.  

사실 버치는 여느 디자이너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그는 패션잡지 ‘하퍼스 바자’의 에디터로 일하다 베라왕·로에베·랄프로렌 등에서 홍보·마케팅을 담당했다. 그러면서 시장조사와 고객분석으로 패션에 접근했다. 한국 시장도 자세히 관찰했다. “한국에선 굽이 높은 킬힐보다 4~5cm 정도의 중간 제품이 인기가 많더군요. 옷도 단색을 많이 입고요. 이런 성향을 반영한 아이템을 주로 선보일 생각이에요.” 올해 한국 예상 매출은 200억. 지난해 전세계 매출은 3000억원 정도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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