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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휘젓고 다닌 崔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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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의 여야를 넘나든 행적이 화제다.

崔씨가 여야 인사를 통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자신의 사법처리를 막기 위해 막판까지 구명 로비를 한 흔적도 부분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崔씨와 이들 인사의 관계는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崔씨가 '양날의 칼'이 된 셈이다.

崔씨와 여권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는 신건 국정원장을 상대로 한 구명 로비. 崔씨는 자신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다음날인 지난 11일 辛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곤경에 처했으니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물론 辛원장측은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崔씨는 1994년 미국 유학 중이던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와 친분을 맺었고, 97년 대선과정에서 김대중 후보 해외담당 특보로 일했다.'소장파 5인 비서진'에 속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에서도 활동하면서 조지 소로스·마이클 잭슨·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등의 방한을 주선해 외환위기 극복에 나선 金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이 무렵 당선자 법률보좌역으로 있던 辛원장과 알게 됐으며, 그 후 辛원장을 자주 만났다고 한다.

그는 그러나 튀는 언행 등으로 새 정권에서 기용되지 못하자 한동안 정치권에서 모습을 감췄으나 2000년 총선 직전 권노갑(權魯甲)민주당 전 고문의 비서로 정치무대에 복귀했다. 그는 "權전고문의 아들을 미국 GE사에 취직시켜줬다"며 친분관계를 과시하기도 했지만 權전고문측에서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崔씨는 자신을 타이거풀스측에 소개시킨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희완(金熙完)씨와도 權전고문 캠프에서 함께 일했다.

그는 또 98년 자신의 사기혐의(마이클 잭슨 내한 공연 무산)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 김홍걸씨와 당시 법무비서관이던 박주선(朴柱宣·민주당)의원의 도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朴의원은 "崔씨를 만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崔씨와 한나라당 인사들의 관계는 민주당 설훈(薛勳)의원의 폭로를 계기로 윤곽을 드러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인 윤여준(尹汝雋)·정재문(鄭在文)의원과 몇차례 접촉한 사실도 확인됐다.

崔씨는 李전총재의 지난 1월 방미(訪美)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홍사덕(洪思德)의원 캠프에 합류한 김희완씨를 통해 최근에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준비했던 洪의원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인사들과 崔씨의 관계는 崔씨에 의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일부라도 확인된다면 파장은 작지 않을 듯하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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