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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이젠 안정됐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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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주택가격을 잡기 위한 정부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잣대인 아파트 기준시가를 앞당겨 인상하는 등 지난해 12월 6일 국세청의 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 분양권 세무점검 발표에 이어 지금까지 10여건의 집값 안정화 대책이 나왔다.

2~3년 전만 해도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온갖 부양책을 쏟아 내느라 정신이 없더니만 이제는 거꾸로 뜨겁게 달아오른 주택시장을 가라앉히느라 야단이다.

주택시장에 불을 지피게 한 아파트분양권 전매도 일부 제한될 예정이고, 묵인했던 분양권 전매 차익에 대한 양도세도 철저히 걷어들인다고 한다. 분양가를 제멋대로 올릴 수 없게 하는가 하면 임대주택의 세제혜택도 대폭 없앴다. 몇 달새 제도가 많이 바뀌어 혼란스러울 정도다.

부양책을 쓸 당시 "너무 푸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제발 투기라도 일어나 부동산경기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언성을 높였던 건설교통부 당국자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아무튼 이런 대책이 나오면서 꿈쩍도 않던 서울 주요지역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서울 강남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까지 하락하는 것을 보니 정부 대책의 약발이 효험을 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구조를 찬찬히 뜯어보면 안심할 입장이 아닌 것 같다. 가뜩이나 공급이 모자라는 판에 서울에만 연간 수천가구의 재건축 이주수요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1994~95년 삼성서울병원 개원, 테헤란로의 포철사옥 입주 등에 따른 수백명의 이사수요가 서울 전세파동을 증폭시켰다는 점을 기억하면 재건축의 파급영향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서울시가 최근 전문가들을 불러 전세문제에 대해 자문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집값·전셋값은 공급을 늘리면 다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한정된 토지여건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공급도 중요하지만 세제(稅制)개선을 통해 날로 증가하는 수요를 줄이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번 기준시가 인상으로 단기차익을 노리는 가수요는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으나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으므로 재산세 문제도 함께 손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산세 부과 기준인 행정자치부의 과세시가표준액(시세의 30~50%)을 국세청의 기준시가(시세의 80~90%)에 합병시키고, 대신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돼 있는 재산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주택값이 높을수록 재산세를 많이 매기는 여러 단계의 누진세 제도를 도입하면서 세입자의 주거비용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식도 집값·전셋값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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