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이 목걸이 아이가…" 맨손으로 흙파다 통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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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이고! 이기 어무이 목걸이 아이가…."

17일 오전 중국 여객기가 추락한 경남 김해시 지내동 돗대산을 찾은 박명애(49·여·경남 통영시 미수동)씨는 흙 속에서 찾아낸 자수정 목걸이를 움켜쥐고는 망연자실했다. 형제들끼리 계를 모아 보내드린 효도여행에서 어머니는 애지중지하던 목걸이만 남긴 채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朴씨는 목걸이를 손수건에 고이 싼 뒤 어머니의 흔적을 더 찾기 위해 손으로 흙을 파다 '어무이'를 외치며 주저앉았다. 어머니와 함께 여행길에 올랐던 아버지와 친척 등 7명이 모두 숨진 장소라는 생각에 맥이 풀렸기 때문이다.

이날 김해공항을 발 아래 두고 있는 사고현장을 찾은 유족들은 이틀 전 참사를 잊은 듯 맑게 갠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만남을 불과 몇분 앞두고 영원히 떠나버린 가족의 마지막 자리를 보기 위해 넋나간 몸을 추스르며 힘겹게 산에 올랐건만 무심한 항공기 잔해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와 그날엔 그렇게 비바람이 거셌는교…."아무 말 없이 산을 오르던 60대 노인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날 김해시청에 모여있던 유족 5백여명 가운데 3백여명이 현장을 찾았다. 유족들은 가족의 유품을 찾기 위해 맨손으로, 혹은 나무 꼬챙이로 현장을 더듬었다. 타다만 옷가지를 만져보고는 목놓아 울었다.

가족의 유품을 찾지 못한 유족은 검붉은 흙을 비닐봉지에 조심스레 담아 넣었다.

조수행(15)양은 어머니를 앗아간 사고 항공기의 꼬리·날개 등 잔해를 부여잡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시신의 뼈 조각을 수습하는 구조대원을 바라보던 한 50대 여자 유족은 그 자리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일부 유족들은 미리 준비한 과일과 포도주·위패를 놓고 제사를 지내거나 성경책을 들고 추모예배를 올렸다.

유족들의 통곡에 수색·구조대원들도 눈가를 훔치며 잠시 일을 멈췄다. 유족들은 "수고많다"며 구조대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자식을 잃은 듯한 80대 노인은 사연을 묻는 취재진을 본듯만듯 소나무 아래만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잡초 몇 뿌리를 뽑아들고 산을 내려갔다.

유족들의 통곡과 오열로 메아리치는 돗대산 위로는 여객기들이 쉴새 없이 김해공항을 드나들고 있었다.

한편 신원이 확인돼 지난 16일 유가족에게 인도된 안선육(44·여·대구 수성구 범물동)씨의 장례식이 이번 사고 희생자 가운데 처음으로 이날 대구 경북대병원에서 치러졌다.

김해=손민호·백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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