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업체들 기술제휴 붐 비용 줄이고 위험 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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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차세대 비메모리 및 공정 기술 확보를 위한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연구개발(R&D) 분야 제휴가 활발하다.

지난 90년대 말 인수·합병(M&A)과 생산설비 분야 제휴 붐이 불어닥친 데 이어 기술공유를 통해 경쟁사간 협력 분위기가 확산해 가는 움직임이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도 차세대 기술의 국내 개발을 위한 업체간 협력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활발한 기술제휴=STM·모토로라·필립스 등 세계 10위권의 세 업체는 지난주말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에서 포괄적 제휴를 한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이들 3사의 제휴가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기술을 공유하는 내용의 포괄적 제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포괄적 제휴는 아니지만 나노공정이나 3백㎜ 대구경 웨이퍼 기술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업체간 공동개발도 활발하다.

특히 소자·장비·재료까지 포함해 처음부터 여러 업체가 모여 함께 개발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일본은 일본내 19개 재료·장비·소자업체가 참여하는 다양한 기술개발 협력체 '리플'을 운영하는 데 이어, 올 들어 소니·도시바와 미국 IBM이 설계기술을 공동개발키로 하는 등 국제적 협력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대만에선 수탁가공업체인 TSMC와 UMC도 각각 STM·필립스와 AMD 등 다국적 대형 반도체회사와 생산대행을 전제로 공동 기술개발에 나섰다.

IDC 김수겸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반도체 불황 이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해 여러 업체가 모여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공생하려는 노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의 대응은=삼성전자·하이닉스 등은▶인텔 및 메모리 5개사간 차세대D램 연구개발(삼성전자·하이닉스)▶일본 10여개 업체 중심의 나노급 초미세 공정기술 개발을 위한 아스카프로젝트(삼성전자)등 국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나노기술 등 차세대 기술개발의 경우 국내에선 삼성 혼자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부으며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장비·재료 부문과의 기술 공동개발 등은 취약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빼면 대부분 중소기업 수준인 한국 반도체산업의 영세성 때문에 차세대 기술 공동개발은 엄두도 못내는 데다, 특히 하이닉스가 유동성위기·매각협상에 끌려다니고 있어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때문이다.

한국반도체협회 황인록 이사는 "차세대 기술은 장비·재료·소자가 함께 개발돼야 하는데 삼성과 어깨를 겨룰만한 장비·재료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공동 기술개발은 힘들다"며 "장비업체의 대형화와 하이닉스의 조기안정화 등 산업기반을 견실하게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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