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오는 길이 죽음의 길 될줄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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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6일 중국 여객기 추락사고 유족 대기실이 마련된 김해시청 본관 1층 로비 넋나간 표정의 박종필(37경남 진주시.사진)씨가 이틀째 자리를 뜨지 않고 탑승자 명단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며느리를 데리러 갔던 어머니와 함께 오기로 한 신부(사진)의 이름을 찾는 중이었다.

렌창위란 중국인 이름을 발견하자 고개를 떨궜다. 생존자 명단에는 없는 이름이다. 이미 어머니의 이름도 생존자가 아닌 탑승자 명단에서 확인했다.

어려운 생활형편 등으로 마흔이 가깝도록 결혼하지 못하던 朴씨는 지난해7월 이웃에 사는 중국동포 아주머니를 통해 열살이나 어린 렌창위를 소개받았다. 사진 속 그녀의 모습에 반한 朴씨는 어머니 이송자(64)씨와 급한 마음에 2주쯤 뒤 중국 선양(瀋陽)으로 신부감을 찾아갔다.

직접 만난 처녀는 싹싹하고 공손했다. 모자는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고? 처녀의 집안에서도 반겼다. 마침내 朴씨는 신부를 데려오기 위해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어려운 처가 형편 때문에 신방을 차리지는 못하고 바로 귀국했다?

귀국 후 지난해 12월 7일 중국동포 처녀'렌창위'를 '염성옥'이란 한국 이름의 아내로 호적에 올렸다.

그 뒤 朴씨는 장롱침대냉장고 등 신접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장만하며 진짜 결혼식을 준비했다.밤마다 국제전화로 신부와 미래를 설계하느라 지난달에는 1백80만원의 전화요금을 내기도 했다.

이달 초 신부의 한국 비자가 나오자 어머니는 직접 가서 하루라도 빨리 데려오겠다며 지난 12일 중국으로 갔다.

어머니는 신부와 14일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비행기 출발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다음날인 15일 비운의 비행기에 올랐다.

朴씨는 창백한 입술을 떨 뿐 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김해=특별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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