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서 갈길 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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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최근 산업은행 스스로가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산은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은 자체의 개혁 움직임=산은은 지난달 말부터 금융연구원으로부터 기업금융 등 업무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또 2011년까지 내다본 중장기발전계획안도 수립 중이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융연구원의 컨설팅 보고서가 나오는 7월까지 기업금융의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라며 "2개의 대(大)본부를 두어 하나는 공익적 기능, 하나는 영리목적의 기능을 맡도록 하고 직원도 두 본부가 따로 뽑는 방안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특히 중장기계획 초안에서 "종합적인 기업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금융 선도은행의 역할을 다해 민영화 때 정부 지분의 시장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혀 민영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산은이 수 차례 변신을 꾀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과거 산은에 대한 용역 보고서가 쌓여 있지만 백지 상태에서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판"이라며 "금융연구원 용역결과가 나오면 향후 발전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조론'에서'통합론'까지=금융계에선 산은의 정책기능과 상업기능을 분리한 뒤 상업기능을 민영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감위 손상호 자문관은 "개발 시대에는 정부 지분이 1백%였으나 성공적으로 민영화한 후 국민 세금 부담을 줄인 싱가포르개발은행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책금융 은행의 대통합론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전략팀장은 "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과 대통합을 단행해 정책금융을 특화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내부 개혁도 긴요하다. 엄영효 연세대 교수는 "세계적 금융기관이 되려면 직원의 20%는 외국인을 쓸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독일의 산업은행 격인 KFW는 통독후 동독의 개발금융을 담당했었다"며 "국책사업 수행뿐 아니라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산은 같은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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