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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사장님' 100만명 돌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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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제계에서 여성파워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2000년 말 현재 우리나라 1인 이상 사업체 중 여성이 대표로 있는 곳은 전체 사업체(2백86만개) 중 35.1%인 1백만3천9백여개라고 최근 발표했다.

1997년 여성 사업체가 92만4천여개로 전체 사업체 중 32.4%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그 수와 비중이 다 커졌다.

◇창업전선에 부는 여풍(女風)=여성 사업체의 증가는 여성들의 활동에 대한 사회인식이 개선된 데다 외환위기로 여성들의 창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중기청의 정명식 소기업과장은 "지난해 소상공인에게 지원하는 자금을 받은 1만4천여명 중 40%가 여성"이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경우"라고 말했다.

특히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벤처업계에서 여성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1998년 15명으로 출발한 여성벤처협회는 현재 정회원 1백80명, 준회원 4백여명으로 늘어났다. 여성벤처협회장인 이영남 이지디지탈 사장, 여성 벤처기업 중 최초로 코스닥에 등록한 버추얼텍 서지현 사장 등이 대표적 여성 벤처인이다.

그러나 여성 사업체가 넘어야 할 한계도 많다. 1백만명을 넘는 '여성 사장'중 중소기업 규모를 벗어난 사람은 9백여명에 불과하다. 또 70% 이상이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종사자다. 7백80여개의 코스닥 등록기업 중 여성이 대표로 있는 곳은 10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여성경제인협회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30% 정도가 "기업경영에서 남성보다 불리하다"고 답했다.

여성경제인협회 이영숙 회장은 "최근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기업활동에서 여성 사업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크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선 아직도 미풍(微風)=창업전선에 비하면 대기업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훨씬 제한적이다. 4천여명에 이르는 10대그룹 임원 중 그룹 오너의 친·인척을 제외하면 여성임원은 8명에 불과하다. 삼성·LG에 각각 3명,한진·금호에 한명씩 있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그나마 그룹 핵심업무에서 비켜서 있는 경우가 많다.

상장사나 1백대 기업에서 여성 최고경영자로는 애경 장영신 회장, 신세계 이명희 회장, 오리온그룹 이화경 사장 등을 꼽을 정도다.

최근에는 KT(옛 한국통신)에서 공기업 최초의 여성임원이 탄생했고,서울은행에서 우리나라 은행 사상 최초의 여성 부행장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우란 수석연구원은 "21세기 여성인력에 대한 화두는 이전의 '성차별'에서 '저활용'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경우 이는 기업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상·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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