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파업 철회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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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사들이 파업에 나설 태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약분업의 전면 재검토 등 의료계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7일 파업을 감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하루 동안만 외래환자에 한해 진료를 중단하고 의사들은 헌혈이나 무료 진료에 나선다지만 환자들은 지지난해 의료대란에 이어 또다시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우리는 의협 집행부가 지금이라도 파업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주길 촉구한다. 이번 파업은 명분과 실리 모두에서 국민은 물론 의료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병원협회와 전국의대교수협의회·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의 주요 단체들이 이번 파업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동네의원만의 반쪽 파업으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동네의원 역시 파업에 주저하는 의사들이 많다는 점을 의협 집행부는 직시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의약분업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또 한번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초래하므로 보완은 있을지언정 전면 재검토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다만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진료비가 새도록 방치하는 일반약 비급여 전환이나 양심 진료를 어렵게 만들 정도로 낮은 일부 건보 수가에 대해선 의협이 합리적 논거를 제시한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정부도 이번 사태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있다. 의사들을 도덕 교과서에서 집단 이기주의의 표본으로 몰아붙인 것이나 지난 의료대란 때 의정 간 합의한 대통령 직속 의료발전특별위원회를 1년여 동안 방치하다 지난 11일에야 겨우 구성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최근 의협 집행부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표적수사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의료계의 잘못된 주장에 대해선 정부가 엄중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사안을 가리지 않는 강공 일변도의 태도는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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