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당선자에 듣는다] 우근민 제주도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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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우근민(68·무소속·사진) 제주지사 당선자는 해군기지 해법부터 제시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중재자 역할’이 그 나름대로의 해법이다.

해군기지 문제를 둘러싼 제주의 갈등은 현직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까지 치달았던 사안이다. 우 당선자로선 첫 번째 정치적 시험대다. 해군은 2014년까지 서귀포시 강정해안에 9587억원을 들여 함정 20여 척과 15만t급 크루저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 가능한 기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대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고, 강정동 주민들은 사업 인·허가 과정의 절차상 하자를 들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이다.

그의 어머니는 해녀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출신이다. 그만큼 제주도 토박이 정서를 잘 안다. 그가 다섯 번째로 제주도 도백 자리에 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군장교로 복무하던 1974년 합참의장 출신인 심흥선 총무처 장관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게 공직의 시작이다.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91년 처음 관선 제주지사로 부임했고, 98년과 2002년 민선 2·3기에 당선, 지사를 지내는 등 관선·민선을 합쳐 4번 지사를 지냈다. 선거법 위반으로 2004년 중도 하차했지만 6년여 절치부심 끝에 이번 선거에서 현명관 삼성물산 전 회장을 누르고 신승했다. 다섯 번째 제주도백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최근 제주도청 인근 당선자의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박빙의 승부였다. 당선자에 대한 반대도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향후 심각한 갈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당선된 사람을 축하해 주고 상대후보를 위로하고 격려해 줘야 한다. 제주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상대방의 실현 가능한 공약도 받겠다. 선거 과정에서 누구를 지지했는가도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한 배를 탄 것이다. 도움이 된다면 누구라도 만날 것이며, 누구와도 대화할 것이다.”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 국방부 장관 등을 직접 만나 해결책을 찾겠다고 했다. 구상하는 해법은 있나.

“복안도 갖고 있고, 자신도 있다. 우선 중재자 역할을 하려고 한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해군 당국, 그리고 제주도민 사이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중재역할을 하겠다. 그러면 풀리게 돼 있다. 당선되자마자 강정마을 주민들을 만났고, 해군참모총장 전화도 받았다. 취임하고 나면 정식으로 국방부 장관도 만나겠다. 그래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윈윈’ 방안을 찾아내겠다.”

-2006년 7월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시·군 기초단체가 폐지됐다. 당선자는 기초단체의 부활을 공약했다.

“지역발전의 에너지는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시작된다. 지금의 행정시장 체제는 주민 참여를 활성화하는 데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다. 현장 목소리가 전달될 통로였던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면서 지역균형발전이 더 어려워졌고, 지역사회의 창의성이 줄어들었다.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도 광역자치단체끼리의 통합은 있었지만, 기초자치단체는 폐지하지 않았다. 우선 기초자치단체장을 주민들 손으로 직접 뽑도록 하겠다. 예산편성권과 인사권을 주고, 기초의회는 두지 않는 대신 도의회에 지역상임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해외관광객 200만 시대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해외관광객은 60여만 명에 불과한데….

“관광산업은 제주의 기간산업이다. 관광을 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수적 팽창을 지양하고, 고부가 가치로 끌어올리는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해외관광객 200만 명 유치 4개년 프로젝트’를 꺼냈다. 국내외 항공노선을 확대하고, 중국과 일본·홍콩·마카오·대만 등 해외 현지에 해외관광무역관(가칭)을 만들어 해외관광객을 겨냥한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해 마케팅에 주력하겠다. 또 승마와 요트·골프·낚시·패러글라이딩을 레저스포츠 5대 핵심 육성종목으로 선정, 레저스포츠 산업을 키워 나가겠다.”

-임기 중 꼭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나.

“수출 1조원 시대를 공약했다. 세계가 바뀌고 있는데 우리 제주도는 그대로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임기 중 독하게 일을 추진하겠다. 이참에 정부에도 바란다. 제주도를 어떻게 기획하고, 어떤 권한을 주면서 대한민국의 교두보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국가기획에 따른 선량한 관리자가 제주지사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숱한 계획만 쏟아냈을 뿐 우린 모르모트에 불과했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제주도에 접근하면 곤란하다.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제주도로 키우려는 정부의 시각전환을 바란다.”

제주=양성철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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