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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강타한 ‘이효리 표절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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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히트곡 ‘외톨이야’가 인디밴드 와이낫의 ‘파랑새’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씨엔블루. ‘파랑새’의 작곡가 전상규씨와 ‘외톨이야’의 작곡가 김도훈·이상호씨는 현재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엠넷미디어 제공]

한국 가요계가 ‘이효리 쇼크’로 비틀대고 있다. 표절 시비는 가요계의 해묵은 얘기이지만, 이번엔 그 충격파의 속도나 규모가 전과 다르다.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톱가수가 표절 사실을 스스로 시인했기 때문이다.

표절 사실을 시인한 이효리. [엠넷미디어 제공]

21일 인터넷 상에선 ‘이효리 쇼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우선 “스스로 표절을 인정한 건 용기 있는 결단”이라는 동정론이 적잖았다. 이효리 역시 피해자란 얘기다. 사실 표절 의혹의 중심에 있는 작곡가 바누스는 의도적으로 표절을 한 혐의가 짙다는 게 가요계 전반의 의견이다. 이효리 소속사인 엠넷미디어 관계자는 “저작권 등록이 안 된 외국곡을 중심으로 교묘하게 표절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효리는 4집 앨범을 준비하면서“1000곡 이상을 받아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일일이 (표절 여부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구상의 모든 음악을 대조해 볼 순 없는 일이다. 한 유명 작곡가는 “작곡가가 남의 곡을 베끼기로 작심한 이상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공간에선 ‘이효리 책임론’을 입에 올리는 이들도 많다. 이효리가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프로듀서는 음반의 전체적인 성격과 구성을 총괄하는 자리다. 당연히 4집 앨범에 수록된 14곡도 이효리가 직접 선곡했다.

이날 트위터에는 “가수 본인이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을 했다면 표절 문제는 가수 본인의 책임.”(@Chnlee) “노래만 부른 게 아니라 자신이 프로듀서였는데 (표절을 시인했으니) 프로듀서라고 부르기도 아깝다.”(@wheniseehope)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엠넷미디어는 이날 “한 곡이라도 원곡에 대한 저작권 귀속 문제가 있다고 판명될 경우 곧바로 법적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해마다 출몰하는 가요계의 ‘표절 논란’을 깨뜨릴 방법은 없을까. 표절의 악습을 끊어버릴 해법은 없을까. 대중음악 전문가 3인으로부터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창작자의 양심을 지키는 게 표절을 근절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강현 기자



대중음악 전문가 3인에게 듣다

공통 질문

① 표절 의혹이 끊임 없이 제기되는 원인은.
② 최근 들어 표절 시비가 더 자주 벌어지는 이유는.
③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큰가.
④ 표절 시비를 가릴 합리적인 기준은 없나.
⑤ 표절 악습을 끊기 위한 해결책이 있다면.
⑥ 제도적·법적 보완책은.



단순한 멜로디 유행, 시비 늘어
곡 쓴 뒤 비슷한 음악 점검해야

▶ 작곡가 박덕상

(하하 ‘너는 내운명’, SG워너비 ‘이별하길 정말 잘했어요’등 작곡)

① 장르 특성에 따라 멜로디 흐름이 비슷하게 여겨질 수 있다. 대중들이 장르와 BPM(빠르기)에 따라 유사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② 인터넷이 발달해 기존 음악과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최근 가요계에 단순한 멜로디 라인이 유행하면서 시비가 잦아진 측면도 있다.

③ 작곡가가 책임감을 갖고 표절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곡을 쓴 다음 비슷한 음악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창작의 한 부분이다.

④ 표절은 무엇보다 창작자의 양심 문제다. 양심이 첫 번째 기준이다.

⑤ 짧은 멜로디의 유사성만으로 표절로 단정짓는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에 쉽게 동화돼선 안 된다.

⑥ (법이나 제도로) 일정한 마디를 정해 표절의 기준으로 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쉽게 표절로 단정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들도 책임지게 해야 한다.

표절곡 이슈 되면 돈 더 벌기도
스타성 기대는 마케팅도 문제

▶ 파스텔뮤직 이응민 대표

① 작곡가가 대중의 귀에 빨리 익숙해지는 방법을 찾다 보면 표절이란 상황까지 넘볼 수 있다. 또 표절을 해도 법적인 제재로 이어지기 힘들고 (표절이) 이슈가 돼 오히려 큰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어 악순환을 끊기가 어렵다.

②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듣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저작권에 따른 수익 문제도 표절 시비가 자주 일어나는 원인이다.

③ 작곡가의 책임이지만 가수가 프로듀서의 역할까지 맡았다면 가수 역시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④ 단지 몇 마디가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곡의 느낌이 기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기준이란 존재하기 힘들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작곡가의 양심이다.

⑤ 표절곡이 성공하는 이유는 앨범의 완성도가 아닌 가수의 스타성에만 의존하는 음반 마케팅의 관행 때문이다. 가수의 스타성보다 음반의 완성도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가요계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⑥ 무응답.

도덕 불감증 작곡가 책임 커
표절을 친고죄로 둘지 논의를

▶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

① 작곡가의 도덕 불감증과 비양심적 태도, 일부 제작자의 히트에 대한 맹목적 집착, 그리고 허술한 관리와 솜방망이 처벌에 그 원인이 있다.

② 인터넷을 통해 세계 곳곳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쉽게 의혹을 제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③ 작곡가의 책임이 가장 크다. 법적·도의적·경제적 책임을 져야 한다. 표절은 절도이자 대중에 대한 사기이기 때문이다. 히트곡으로 이익을 보는 제작자와 가수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④ 합리적인 기준은 작곡가의 양심밖에 없다. 표절을 감시하는 기구를 만드는 것도 예술 장르의 특성상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⑤ 노래의 히트 여부가 모든 것을 합리화하는 가요계의 체질상 표절이 당장 사라지긴 힘들다. 다만 어떤 노래의 표절 여부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필요하다.

⑥ 표절(저작권 침해)은 원작자가 제소 해야 하는 친고죄다. 원작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해결 방법이 없다. 친고죄로 계속 둬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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