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서 무덤까지 '맞춤 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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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종신보험·연금보험·암보험·어린이보험·운전자보험·교통상해보험·효보험…. 보험의 종류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언제 어떤 보험을 드는 게 좋을지 헷갈릴 정도다. 2000회계연도(2000년 4월~2001년 3월)에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보험 가입건수는 생명보험 1.2건, 손해보험 1.2건 등 모두 2.3건(보험개발원 통계)이다. 연간 보험료로 내는 돈은 1인당 1백44만원(생명보험 1백9만3천원, 손해보험 34만7천원). 뜻하지 않은 사고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보험은 많이 들수록 좋다. 하지만 계획을 세워 자신의 경제 능력 범위에서 가입해야지 과다하게 들었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보험을 중도 해약하면 원금도 제대로 못찾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험 가입 계획을 세울 때 나이·직업·경제여건·건강 상태 및 가족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품을 선택하되 보험료가 수입의 8~10%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녀에게 들어줄 보험=자녀가 아무 탈 없이 잘 자라주면 다행이지만 중병에 걸리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할 경우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이에 대비해 자녀용으로 보험을 들어두면 그나마 시름을 덜 수 있다.

생명·손해보험사가 팔고 있는 대부분의 자녀용 보험은 0세부터 18세 전후까지의 자녀에게 들어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상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사고로 인한 장해 및 소아암과 각종 질병 등에 대해 보장해 준다. 일부 상품은 부양자가 사망이나 사고에 의한 장해로 경제능력을 상실할 경우 대학 졸업 때까지 교육비를 지원하는 상품도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취학 전에 들어줄 경우엔 소아암·폐렴 등 소아 질환에 대한 보장이 잘 돼 있는 상품을, 취학 이후엔 골절·화상 등의 사고 재해 및 왕따(집단 따돌림)·식중독 등 학교생활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피해에 대한 보장이 잘 돼 있는 상품을 고르는 게 좋다"고 권유했다.

연령대별로 특화된 상품을 고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개발된 상품으로는 동양화재의 '학교생활 지킴이종합보험Ⅲ', 교보생명의 'i사랑 보장보험', 대한생명의 '주니어보험' 등이 있다. 제일화재가 최근 내놓은 '청소년 자녀사랑 종합보험'은 가입연령을 12~22세로 한정한 중·고·대학생용 보험이다.

신동아화재의 '베이비케어 상해보험'은 미숙아를 낳거나 선천성 소화기관 이상아를 낳을 것에 대비해 임신 20주 이내인 임산부가 들도록 고안된 상품이다.

#자신 및 가정을 위한 보험=20대의 직장 초년병 시절엔 아무래도 먼 미래에 대한 보장보다는 당장 닥칠 결혼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때 보험을 든다면 결혼 계획에 맞춰 비과세 근로자우대저축보험과 같은 저축성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20대에는 교통사고가 전체 사망 원인의 40%를 넘는 만큼 보험료 부담이 적은 순수보장성 상해보험을 하나 정도 들어두는 것도 필요하다.

결혼 뒤 가정을 형성해 가는 30대는 본인 및 가족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할 시기다. 우선 40대 이후 급증하는 암 및 심장·간·뇌혈관 질환 등의 성인병에 대비해 미리 암보험·건강보험 가입을 고려할 때다. 또 자가용을 구입해 직접 운전을 많이 하게 될 경우엔 자신의 피해를 충분히 보상받도록 운전자보험에 들어두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쌍용화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첫 가입은 대부분 30대 초반에 하는 반면 운전자보험은 차 사고를 한두번 경험한 뒤 뒤늦게 30대 후반에 드는 경우가 많다"며 "운전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초기에 운전자보험을 드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 시기에 여러가지 보험을 드는 것보다 종신보험에 각종 특약을 붙여 가입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견해도 많다. 종신보험이 2000년대 들어 보험업계의 최고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은 점에서 실제 이같은 선택을 하는 고객이 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험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장해를 입을 경우 나머지 가족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게끔 설계돼 있는 종신보험은 수십억원대의 고액 계약이 가능해 상속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종신보험은 30대 후반이나 40대에 드는 걸로 인식돼 왔는데 최근엔 30대 초·중반으로 가입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라며 "늦게 가입할수록 보험료가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가족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후 대비를 위해선 연금보험 가입도 고려해야 한다.

연금보험의 성격상 40대 이후 가입하는 사람이 많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역시 30대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때를 놓쳤다면 퇴직금을 한꺼번에 납입하고 연금으로 받는 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 교보생명의 '바로받는 연금보험'의 경우 가입 1개월 뒤부터 연금을 받거나 일정 기간 거치 후 더 많은 연금을 받는 방식 중 선택이 가능한데 즉시 연금은 5년 이상, 거치 연금은 7년 이상 유지시 이자소득세 면제와 금융재산 상속공제 혜택을 준다.

#노부모를 위한 상품=노부모가 있다면 치매 등의 노인성 질환에 걸리는 것에 대비해 간병보험이나 효보험에 들어드릴 필요가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상품으로는 대한생명의 '굿모닝실버보험', 교보생명의 '참사랑 효보험', 동부화재의 '지극정성 효보험' 등이 있으며 70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황혼기에 접어들었어도 경제력이 있을 경우 부부가 함께 이런 보험에 가입한다면 자식에게 폐를 끼칠 염려를 덜 수 있다.

인스밸리의 서병남 사장은 "아는 사람 권유로 보험을 이것저것 들다 보면 보장 내용이 중복되는 등 체계적인 보장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가 상담을 통해 보험도 재설계(리스트럭처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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