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제주에 비행기 띄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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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6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제주도 김태환 지사(中)가 애경화학㈜ 임성주 대표(左), 양우철 도의회 의장과 함께 제주지역항공사 설립 협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연합]

애경그룹이 제주도를 기점으로 국내 항공편을 운영하는 민간항공 사업에 나선다. 애경은 제주도와 제주지역항공사(가칭)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를 위해 애경과 제주도는 내년 1월 각각 100억원과 50억을 출자해 제주도에 본사를 둔 법인을 설립한 뒤 애경이 추가로 250억원을 더 증자키로 했다. 민간기업이 지자체와 손잡아 항공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지역항공사는 내년 상반기 중 건설교통부에 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70~80인승 터보프롭(추진력 대부분을 프로펠러에 의존하는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 다섯 대를 빌려오고 항공운항 인력과 격납고 확보하는 등 항공사로서의 기본 요건을 먼저 갖출 계획이다. 애경 측은 "면허를 취득하면 2006년부터 우선 제주를 기점으로 김포.부산.대구 등 세개 노선에 항공기를 띄운 뒤 단계적으로 광주.청주 등으로 취항노선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민항사업을 위해 애경그룹은 부동산 투자전문 계열사인 ARD홀딩스㈜를 비롯, 애경㈜.애경유화㈜.애경화학㈜.애경개발㈜.DP&F㈜ 등 6개 계열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항공사업 투자를 할 예정이다. 또 제주도는 행정지원단을 만들어 면허 취득 등과 관련한 행정 및 세제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주도는 국내 항공사가 매년 항공료를 올려 지역경제의 주축인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는다고 판단하고 2002년부터 지역항공 사업을 추진했다. 애경은 지난달 지역항공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 항공사업은 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 취득이 관건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항공사업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명분이 있어 면허를 받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교부 관계자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할 문제이며 고려할 사항도 적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수익성도 따져볼 점이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비행기 몇 대만 운항해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애경그룹 관계자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면 장기적으론 수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항공료를 기존의 70% 선으로 낮추면 연간 1000만명의 제주노선 이용객의 상당수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애경 측은 설명했다. 또 애경은 정비와 지상조업(급유.화물운송 등) 등을 아웃소싱하고 기내 캐터링(음료.식사 서비스)를 최소화해 운영비용을 최대한 줄일 계획이다. 한편 애경그룹이 민항사업에 뛰어든 데에는 작고한 창업주 채몽인씨의 고향이 제주도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재 기자

◆ 제주민항이 취항하려면

-2005년 1월 제주지역항공사(가칭) 설립(애경그룹 100억원+제주도 50억원 출자), 본사는 제주도에

-애경그룹, 50억원 증자. 항공기 도입, 인력 충원, 시설 마련

-내년 상반기 중 건교부에 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 신청

▶면허를 받을 경우

-내년 하반기 중 200억원 증자

-2006년 제주 기점으로 김포.부산.대구 노선 취항

-2009~2010년 광주.청주 등 노선 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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