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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업 1문화운동 펼치자" : 기업인·문화인의 만남'메세나협의회'열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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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4일 오전 흐드러진 벚꽃으로 휘감긴 여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경련회관 20층 연회실. 어울리기 힘들어 보이는 그룹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홀의 앞쪽 라운드테이블엔 탤런트 최불암씨, 명창(名唱) 신영희씨, 지휘자 금난새씨, 서양화가 이두식씨, 공연 '난타' 기획자인 연극인 송승환씨 등 우리나라 문화예술계 각 분야를 대표할 만한 유명인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손길승 SK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민경훈 두산 회장 등 재계의 거물들이 앉았다.

기업과 문화예술이 만나는 '기업메세나협의회'라는 이름의 모임이다. 특별히 이날은 협의회의 총회를 겸해 메세나(Mecenat·기업체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운동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맡을 '메세나 홍보대사'를 위촉하는 자리다.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손길승 SK회장이 먼저 '벚꽃'으로 인사말을 했다.

"오다 보니 벚꽃이 활짝 펴 도시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습니다. 마침 우리 경제도 성장세를 보여 다행입니다.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우리나라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뭘 보여줄 것입니까. 16강도 중요하지만 우수한 문화예술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각 기업이 특성에 맞는 문화예술 분야를 선정해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제품의 경쟁력, 나아가 우리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기업인의 시각에서 손회장은 '1기업 1문화'운동을 주창했다. 1994년 모임이 만들어진 후 계속해온 메세나 활동을 한 차원 성숙시키자는 구호다. 지금까지는 기업체의 오너나 최고경영자(CEO)가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사람에게 일회성으로 지원하는 즉흥적·과시적 차원의 후원이 적지 않았다.

'1기업 1문화'란 이같은 관행에서 탈피, 선진국들처럼 각 기업이 한 분야씩 맡아 안정적인 지원을 해주자는 취지다.

이는 동시에 지금까지 부진했던 메세나 활동을 활성화하려는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하다. 메세나협의회는 1백여 국내기업을 회원으로 거느리며 8년째 활동해왔으나, 출범 이후 지금까지 후원금(매년 총액 1천억원 내외)이 거의 늘지 않았다. IMF의 영향으로 2000년도엔 대폭 줄었다가 지난해에 다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손회장은 경제가 확실한 성장세를 탄 시점에서 본격적인 메세나 운동의 확산을 꾀해보고자 기치를 든 셈이다.

이같은 의지를 상징하는 아이디어가 '홍보대사'. 이날 CEO들과 나란히 앉은 문화예술계의 유명인들이다. 모두 6명인데, 첼리스트 장한나씨만 해외공연으로 빠졌다.

홍보대사들은 1차적으로 메세나의 주체인 CEO들과의 만남을 통해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이 단순한 돈낭비나 시혜가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 개선이나 문화연계 상품화 등을 통해 실질적인 투자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알리게 된다. 나아가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홍보활동에도 나서 문화예술과 메세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이날 홍보대사 못지않게 참석자들의 갈채를 받은 인물은 프랑스인 제롬 스톨.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인 그는 자기 회사를 메세나협의회 회원사로 가입시키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이사가 되겠다고 자원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한국사회의 한 기업이기에 한국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같은 일에 참여할 기회를 가진 것은 큰 영광입니다. 열심히 노력할 것을 약속합니다."

재계를 대표하는 CEO와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유명인이 서로 가운데 자리를 양보하며 웃음을 주고받았다. 8년의 연륜을 쌓은 메세나협의회의 새 모습이 기대된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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