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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같은 ×" "밤길 조심해" : 기자에 e-메일 테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당 대선 경선이 과열되면서 기자들에 대한 사이버 테러도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로 특정 후보에 대한 기사를 쓴 기자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로 가득찬 e-메일을 받고 있다. 기자 한명당 하루에 수십통씩 쏟아진다.

ID가 Crystal(oazza@yahoo.com)인 네티즌은 기자들에게 거의 매일 협박 메일을 보내고 있다. 그의 글은 아무런 논리도, 주장도 없다.

"××넘아(놈아) 니가 아무리 ×까는 소리를 씨불여도 어짜냐. 국민은 노무현을 계속 1위로 만들어주니. 계속 ×까는 소리 찌걸이라. 국민의 심판의 불벼락이 너거들의 찌라시 조폭 대갈통에 쏟아질테니. 12월에 두고 보자."

이 네티즌은 "12월이 너거들의 제삿날이야! 교통사고나 암으로 뒈지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겠지"라는 저주에 가까운 내용을 지난 5일 하룻동안 여러 차례, 수많은 기자들에게 보냈다.

네티즌 崔모씨는 "이 ××놈아 너 이 기사 책임져라. 너같은 기자 버러지들 보면 국유화도 감사해야 한다. 이 ×새꺄"라고 욕설을 퍼붓고 있다.

이같은 e-메일은 전부 형사 처벌 대상이다.

경찰청 사이버 테러 대응센터에 따르면 상대방이 공포감을 느낄 정도의 e-메일은 형법상 협박죄에 해당한다.

게시판에 허위 사실 등을 게재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다.

게다가 Crystal처럼 동일인이 악성 메일을 계속 보내면 사이버 스토킹에 해당해 가중 처벌된다.

사이버 테러를 자행하는 네티즌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불리할 듯한 기사는 사실 관계를 따져 보지도 않는다. 무조건 신문기사를 '쓰레기'라고 매도하고 본다.

"쓰레기 같은 ××. 그런 식으로 노무현씨를 헐뜯어서 뭐 남냐? 그렇게 안하면 회사에서 짜른다냐? 아님 돈많은 어르신들에게 받아쳐먹은 거 있냐?"(K○○), "조·중·동(조선·중앙·동아)기자놈들아. 너희 놈들 삼청교육대 한번 가야겠다."(C○○)는 내용도 있다.

이들의 논리 비약은 심각하다. 민주당 경선의 투표율이 50%대로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가자 "너희들은 무식해서 도무지 말이 안통하는구나. 그 정도면 투표율이 높다"는 메일을 받은 기자도 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적(敵)으로 모는 이분법적 사고다.

정작 이들의 사이버 테러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궁지로 몰고 있다.

盧후보를 지지하는 '노사모' 중앙사무처 관계자는 "노무현 후보 관련 기사에 대해 메일을 보냈다고 해서 반드시 노사모 회원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너무 심한 욕설 등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미지를 더욱 나쁘게 만들 뿐"이라며 네티즌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e-메일 가운데는 논리적으로, 또 분명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 사는 독자라고 밝힌 네티즌은 "언론사 관련 노무현 발언이 사실이라면 어째서 6개월이나 지난 지금에 그러시는지요. 기자라면 그때 당시 담당 기자를 찾아서 실명으로 밝혀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지적해 왔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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