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와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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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임동원(林東源)대통령 특사가 북한을 다녀왔다.

많은 사람들은 林특사가 무슨 말을 하고 왔는지, 그리고 북측은 어떻게 반응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대화의 성격상 대화내용 전부를 공개할 수는 없을 줄 안다. 다만 林특사가 북한으로 출발하기 전에 자신의 방북목적은 내년에 있을 수 있는 한반도의 안보위기를 사전에 해소하는데 있다고 설명한 것을 보면 그가 북한측에 전달한 메시지의 핵심은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내년에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문제로는 1994년 북한의 핵무기 제조를 방지하기 위해 미·북간에 '합의된 틀'을 이행하는 문제와 북한측이 3년간 중단하고 있는 미사일 실험 발사를 재개하는 문제가 있다.

원래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시간적으로 연기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요구하는 북한의 과거 핵활동에 대한 특별사찰은 북한에 제공될 경수로에 핵부분이 들어가기 전에 실행하기로 북한이 합의했던 것이다.

문제는 IAEA측이 특별사찰에 3~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특별사찰을 시작할 것을 제의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아직 특별사찰에 합의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있다. 더욱이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의 강경 우파세력들이 북한의 특별사찰 거부로 제네바 합의가 무효화했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94년 당시보다 더욱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 당시에도 미국은 북한에 대해 군사행동까지 취할 준비가 돼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었지만,자칫 잘못됐으면 한반도는 잿더미가 돼 버릴 수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은 9·11 테러사태 이후에 북한이나 이라크 같은 나라가 대량살상무기를 제조 및 판매하는데 대해 과거 냉전시대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미사일 문제는 국제법의 문제는 아니지만 실제로 미국의 안보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핵문제와 마찬가지로 해결돼야 할 도전이다. 더욱이 북한이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생산 및 수출하게 된다면 미국으로서는 그대로 용납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 바로 이와 같은 고려에서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에 상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조건 하에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하는 거래를 할 각오까지 돼 있었던 것이다. 민주당 정부와의 협상이 상당히 진전됐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최종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다만 북측이 미사일 실험발사를 3년간 유예하겠다고 선언했었기 때문에 미사일 문제도 해결을 미래로 밀어둔 결과가 됐다. 그러니까 내년이면 3년의 실험발사 중단기간이 끝나고 미사일 발사 문제가 또 다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내년에는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은 옳은 판단이다. 그리고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문제는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다.

기술적으로는 제네바 합의사항의 해석 등 여러 가지 당사자들 사이에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등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해내야 한다. 어떻게 보면 2003년의 위기가능성은 한·미동맹에 무거운 짐을 지움으로써 오히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평화와 안정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또다시 열리는 남북대화의 결과를 조심스럽게 기다려 볼 만하다.

<사회과학원 원장·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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