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프리처드 美대사 방북 수용 北-美대화도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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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임동원 특사 방북을 계기로 북·미 대화에도 활로가 보이고 있다.

미국의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담당 대사의 방북 제안을 북한이 수용함으로써 조지 W 부시 행정부 들어 1년3개월 동안 중단된 북·미 협상이 곧 재개될 전망이다.

때맞춰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평양을 방문 중이다. 앞으로 북·미 교섭은 그레그 전 대사의 분위기 조성-프리처드 방북-핵·미사일 본회담이라는 수순을 따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순항(順航)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일단 북한은 닻을 올릴 태세다.

그레그 전 대사는 최근 무산된 전직 주한대사 4명의 단체방북과 별도로 지난해 가을부터 독자적인 평양행을 추진해 왔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특사가 되기를 자청했으나 부시 정부는 이를 거부해 현재 '전직 고위 관리' 자격으로 북한정권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국무부 한국담당 부서 관리 한명이 그와 동행 중이다.

그레그 전 대사는 워싱턴 출발 전에 프리처드 대사를 만나 대북활동을 조율했다. 따라서 평양체류 중 프리처드 대사의 방북을 위한 정지작업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프리처드 대사의 방북은 이르면 4월, 늦어도 5월 중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프리처드 대사는 지난해 10월 뉴욕에서 당시 이형철 유엔주재 북한대사에게 방북을 처음 제안했다.

따라서 이번 방북은 반년 만에 성사되는 셈이다.

하지만 프리처드 대사의 방북이 북·미 대화의 긍정적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프리처드 대사는 북측과 핵·미사일·재래식 전력 같은 북·미 현안을 직접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논의하기 위한 본회담을 언제·어디서·어떻게 개최할지를 정하는 예비교섭의 임무를 맡게 된다.

북·미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은 6일 "북한 입장에서는 핵·미사일 같은 안건이 너무 미묘하고 중대하기 때문에 쉽게 미국과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의 프리처드 대사 방북 수용은 미국에 대한 호의라기보다 남한측 특사 방북에 대한 선물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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