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1만그루 심은'나무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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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나무는 오만하지 않고, 나서지 않으며 조용히 남을 위합니다. 그래서 나무를 가꾸는 사람들 역시 여유가 생기게 되지요. 내 평생 과제는 나무같은 사람이 되는 겁니다."

'소나무박사'로 알려진 임경빈(任慶彬·80)서울대 명예교수. 그는 1940년 대구공립농림학교에 진학한 뒤, 미국·스웨덴에서 임학을 연구했다. 또 전북대·서울대 농대 등에서 30여년간 산림자원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등 평생을 나무연구·교육에 쏟았다.

任교수는 지난해부터 'KSDN 나무학교' 교장직을 맡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나무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나무학교는 시민단체인 지속가능개발네트워크(KSDN)가 지구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운동의 일환으로 1998년에 개설한 프로그램이다.

3개월 과정에 20여명의 수강생을 모집해 매주 목요일 나무 심는 법, 가꾸는 법, 나무이름 등을 가르치고 산이나 아파트단지 등으로 실습을 나가 아픈 나무를 돌보는 활동도 한다.

"다섯살 때 어머니를 따라 시냇가 빨래터에 가서 '버들가지를 꺾어 심으면 뿌리가 내린다'는 말씀을 듣고 심은 버들가지가 내가 심은 첫 나무입니다." 고향인 경북 예천의 두메산골에서 이렇게 나무와 인연을 맺은 任교수가 전국 각지에 손수 심은 나무는 1만그루가 넘는다.

미국 유학시절인 195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쓴 나무에 관한 시가 1백여편이고 나무 그림이 1백여장, 나무 사진 슬라이드가 수만장이다. 지난달에는 첫 시집 『나는 나무입니다』를 출간해 그가 저술한 나무 관련 서적은 74권으로 늘어났다.

任교수는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에 대해 국가 지원도 부족하고 국민 의식도 아직은 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나무 심기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계획성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신은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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