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들리, 아버지 살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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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2-2를 만드는 동점골을 터뜨린 미국의 마이클 브래들리(왼쪽)가 기쁨에 겨워 그라운드를 질주하고 있다. 따라 달리는 선수는 동료인 랜던 도노번. [요하네스버그 AP=연합뉴스]

미국이 1-2로 뒤진 후반 37분. 마이클 브래들리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알티도어의 헤딩 패스가 슬로베니아 골문 앞으로 떨어지자 슬라이딩하며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미국 벤치에서 밥 브래들리 감독이 벤치 주위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기뻐했다. 골을 터뜨린 마이클 브래들리는 브래들리 감독의 아들이다. 거의 기운 듯한 경기에서 아들의 한 골이 미국 축구와 아버지를 모두 구해냈다.

미국은 18일(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엘리스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C조 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슬로베니아와 극적으로 비김으로써 2무승부를 기록했다. 승점 2점으로 슬로베니아(4점)에 이어 조 2위가 됐다. 3위는 19일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에서 알제리와 0-0으로 비긴 잉글랜드. 잉글랜드 역시 2무승부에 골득실도 0으로 미국과 같았으나 다득점(미국 3, 잉글랜드 1)에서 뒤졌다.

전반전은 슬로베니아가 2-0으로 앞섰다. 첫 골은 발테르 비르사의 발에서 나왔다. 비르사는 전반 13분 미드필드에서 강한 왼발슛을 터뜨렸다. 골키퍼가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깨끗한 슛이었다. 비교적 우세한 경기를 하던 미국은 토레스와 브래들리가 측면에서 돌아 나오는 비르사를 놓치면서 슛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몇 차례 이어진 미국의 위협적인 공세를 잘 막아낸 슬로베니아는 전반 42분 즐라탄 루비얀키치의 추가골로 달아났다. 루비얀키치는 노바코비치가 찔러준 패스를 미국 수비수 등뒤로 돌아들어가며 낚아채 오른발 슛, 골대 오른쪽 아래 그물을 흔들었다. 끌려가던 미국은 후반 시작 3분 만에 랜던 도노번의 추격골로 힘을 되찾았다. 이 골로 미국의 플레이에 불이 붙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잉글랜드는 두 경기 연속 무기력한 플레이로 16강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우세했지만 결정타가 없었다. 전반 30분 스티브 제라드, 후반 25분 에밀 헤스키의 슛은 모두 빗나갔다. 후반 26분 제라드의 헤딩슛은 알제리 골키퍼 라이스 엠볼히의 정면으로 갔다. 잉글랜드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내가 훈련시키고 지역 예선을 치른 그 팀이 아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블룸폰테인(남아공)=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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