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민족분규 사망자 2000명 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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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민족분규로 인한 사망자가 2000명에 달한다고 로자 오툰바예바(사진) 키르기스 과도정부 대통령이 밝혔다.

오툰바예바 대통령은 18일자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키르기스계와 우즈베키스탄계 주민 간 충돌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정부 공식 발표보다 10배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르기스 보건부는 앞서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191명, 부상자가 2000여 명이라고 발표했다. 오툰바예바는 “시골 지역에서 많은 희생자가 있었다. 우리 관습에는 사망한 날 해가 지기 전에 시신을 묻어야 한다”며 많은 수의 희생자들이 당국에 사망신고가 되기 전에 매장됐다고 설명했다.

키르기스 최고지도자가 민족분규로 인한 구체적 희생자 수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지금까지 비공식적으로 언급되던 희생자 수 수백 명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도 이날 옛소련 지역 국가의 정보기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사망자가 1800명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 같은 수치가 목격자들의 증언과 각종 정보 분석 등에 기초한 것이라고 전했다.

오툰바예바 대통령은 이날 군용 헬기를 이용해 소요 사태의 진원지인 남부 오슈시를 방문했다. 방탄조끼를 착용한 채 도심 중앙광장에 내린 그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사람들과 얘기하고 듣기 위해 왔다”며 “도시를 재건하고 난민들을 돌아오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툰바예바 대통령은 중무장 보안군의 경호를 받으며 지방 병원을 방문하고 지역 관리들을 만났으나 가장 큰 피해를 본 우즈베크계 주민 거주지역에는 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키르기스 남부 오슈시와 잘랄아바트 등에서 지난 10일 발생한 민족분규가 14일부터 진정돼 가고 있지만 아직도 오슈시를 비롯한 남부 상당수 지역에서는 폭도들의 간헐적인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유엔은 현재 40만 명의 피난민 중 10만 명은 우즈베키스탄 영토 국경지대에 있고 30만 명은 키르기스 내에서 난민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난민들은 식수와 식료품·의약품 등이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키르기스나 이웃 우즈베크 정부의 지원은 미미한 상태다. 국제사회가 보내 준 구호품들도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배급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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