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진단 안방서도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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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안방에서 심장을 살펴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의료기기 업체인 라이프콜(elifecall.com)은 1일 심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24시간 원격 심전도 검사 서비스를 4월초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장병 환자에게 증상이 나타날 때 휴대용 측정기를 가슴에 대 심장의 전기신호를 전화기를 통해 콜센터(24시간 심장내과 전문의 상주)로 보내 판독 결과를 환자에게 통보해주는 것.

심장의 전기신호를 소리로 바꿔 전화기를 통해 전달하는 기술은 1995년 이스라엘에서 개발됐으며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거쳐 32개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식약청의 허가가 나 원하는 환자의 경우 의사의 처방을 통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심장병 환자의 응급처치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

한양대 의대 내과 김경수 교수는 "갑자기 가슴이 아픈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 증상이 나타날 때 지금까진 병원 응급실에 와서야 심전도 검사가 가능했고 검사 후에도 심도자(心導子)치료 등 전문적 수술을 받기 위해 이리저리 병원을 옮겨 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여섯시간 이내에 막힌 심장의 혈관을 뚫어주는 심도자 치료를 받아야하는데 심장병 발작 환자 3명 중 1명은 시기를 놓쳐 사망한다는 것.

그러나 원격 심전도 검사의 경우 증상이 나타날 때 바로 집에서 검사가 가능해 병원에 가지 않고도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으며 응급상황의 경우 환자의 집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심도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안내해준다는 것.

또한 후송 도중 119 대원에게 의사가 전화로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니트로 글리세린 등 응급처치를 구급차 안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두번째 장점은 진단을 쉽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종구내과 이종구 원장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부정맥이나 가슴이 아픈 협심증 등 심장병은 증상이 나타날 때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집에서 증상을 느낀 환자가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을 땐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하지만 원격 심전도 검사에선 증상과 동시에 바로 검사가 가능해지므로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이종구 원장은 "해마다 2만여명이 심장병으로 숨진다"며 "이미 심장병 진단을 받았거나 심도자술 등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자신의 심장 상태를 감시하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원격 심전도 검사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휴대용 측정기 임대료와 판독 및 유지 보수료로 1인당 월 1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아직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며 휴대전화가 아닌 유선전화라야 전기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흠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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