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老年을 위하여 실버세대 위한 책 꾸준히 증가 활자 키우고 국내필진 개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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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양보다 장유유서(長幼有序)의 미덕이 남아 있다는 한국 사회지만 출판계는 그동안 노인 독자 대접을 다소 소홀히 해왔다. 그러나 구매력 있는 실버 세대가 늘면서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성찰을 담은 수필집,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등 장년·노년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성학자 박혜란씨가 쓴 『나이듦에 대하여』(웅진),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시리즈로 유명한 잭 캔필드의 『나이 들어가는 것의 아름다움』(씨앗을 뿌리는 사람들)과 『불량 노인이 되자』(나무생각)·『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학지사) 등이 그런 분류에 속한다. 미국 서점에서처럼 '노년(Aging)'이라고 한 코너를 꾸미기에는 미흡하더라도 종수가 제법 늘었다.

그러나 출판사들이 분발해 줬으면 하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시력이 약한 노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 외국의 경우 '노년' 코너에 속한 책들은 일단 활자가 크다. 오디오 북 개발도 활발해 눈 피로를 덜어가며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경우는 어떤가. 젊은 시절부터 독서가였던 한 노인 독자분은 "책을 읽고 싶어도 글자가 작아 읽을 수 없다. 줄 간격이 넓은 시집이나 겨우 읽고 있다"는 불만을 신문사에 전해왔다.

또 이미 나온 노인 관련서들은 번역서 비중이 높아 한국 노인의 현실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자녀를 일찌감치 독립시키는 미국과 달리 한국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책임 의식이 높다. 부부 관계도 다르고 친지 개념도 다르다. 따라서 우리 전문가가 우리 사례를 발굴해 글로 쓰는 것이 훨씬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실버 세대 책들을 건강 분야로 집중해 기획하는 점도 바꿔야 한다. 금전 관리, 문화 생활 등 그들의 관심사는 다양하다. 주체적 삶을 사는 멋진 노인들을 위해 기획자들이 아이디어 발굴에 나서야 할 때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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