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듀엣 곡 부른 그들, 이번엔 다른 색깔 앨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 김현철(左),이소라

김현철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가요인 '키즈팝' 앨범을 냈다.

키즈팝이 뭘까. 이 앨범에 담긴 '그치지 않는 노래'의 가사가 설명하고 있다. '아빠가 부른 노래/엄마가 부른 노래… 어른이 되어서도/함께 부르는 노래'

"요즘 아이들이 시종일관 쿵쿵거리고 간혹 폭력적이며 선정적이기도 한 성인 가요를 듣는 게 안타까웠어요."

음악 CD 외에 컴퓨터에서 멜로디와 가사를 볼 수 있는 노래방 버전 CD도 함께 담아놨다. 온 가족이 함께 보고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앨범은 독특하게 'love is'라는 노래가 오케스트라.재즈.팝 등 다섯 가지 버전으로 수록돼 있다. 가사와 편곡은 모두 다르지만 멜로디는 같다. 마음이나 사물은 표현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음악으로 보여준 것이다.

"사실 미국 등지에서는 마이클 잭슨.케니 로저스 등 유명 가수가 앞다퉈 참여한 덕분에 '키즈팝'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을 정도예요. 동방신기 키즈팝, god 키즈팝 등 한국에도 여러 가지 키즈팝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는 26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여는 콘서트(1588-9088)에도 음반에 목소리를 담은 어린이 노래 모임 '예쁜 아이들'과 함께 키즈팝을 선보이는 코너를 마련했다.

김현철의 키즈팝 앨범에서 눈에 띄는 건 '엄마의 자장가'를 부른 이소라. 부드럽고 포근한 그의 목소리는 자장가와 제법 어울린다. 그러나 역시 혼자 남은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노래로는 그를 넘어설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2년 만에 낸 6집 앨범 '눈썹달'에서 이소라는 담담하게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다. 이번에도 가사는 이소라가 모두 썼다.

"가사를 쓸 때 가을을 탔어요. 눈썹달을 보면 사랑.일.삶에 지쳐 외로운 여자와 남자의 홀쭉한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가늘게 솟아오른 눈썹달/이렇게 여윈 나를 기억해'(별)처럼 서정적인 가사부터 '오늘도 먼저 그리워해/이렇게 나만 서럽게 남아/다시 또 먼저 전화를 해'(Tears) 처럼 시시콜콜하고 사실적인 이야기까지 이소라 특유의 화법이 반갑다.

"제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라며 위로를 받아요. 저는 제 이야기를 노래하면서 사람들을 토닥이고, 그 노래를 듣는 사람은 반대로 저를 토닥여 주는 셈이죠."

꼭 노래여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단다. 그냥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단다. "그래서 MBC FM '음악 도시'를 4년째 진행하고 있나 봐요."

1995년 1집부터 대개 2년에 한 번, 주로 겨울에 정규 앨범을 낸 그. 2년 뒤에도 비슷한 앨범으로 외로운 사람을 위로해 줄까.

이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