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빈번… 눈총받는 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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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기업의 뉴욕 주재원 A씨는 최근 1주일간 긴급 휴가를 신청했다.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 상태였는 데도 또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단속에 걸려 1주일 구금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휴가를 고스란히 철창 안에서 보냈지만 벌은 끝나지 않았다. A씨에겐 센서가 부착된 발찌가 채워졌다. 직장과 집을 잇는 코스에서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여지없이 경보음이 울린다.

그는 저녁 8시까지 귀가해야 한다. 경찰이 수시로 음주측정을 해 알콜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또 철창 신세를 지게 된다.

맨해튼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는 동포 K씨 역시 지난해 말 음주운전으로 1년 면허정지 처분을 받고 매일 4시간 이상씩 들여 버스로 출퇴근하고 있다.

한인들의 음주운전이 너무 잦아 빈축을 사고 있다. 뉴욕의 한 경찰은 "밤에 한국식당 부근에 잠복했다가 손님이 모는 차를 따라 가면 십중팔구 음주운전을 적발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한인 밀집지역인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의 501번 도로를 오후 9시쯤 주행하는 한인 중 30%는 음주운전자다. 한 단속 경찰은 "밤에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움켜 잡고 규정속도에서 1마일도 틀리지 않게 운전하는 한인들은 영락없이 음주운전자"라며 "적발돼도 대부분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음주운전의 대가는 혹독하다. 직장에서 망신당하고 쫓겨나는가 하면, 가정파탄을 맞기도 한다.1만달러가 넘는 변호사비와 고액의 벌금에 시달려야 한다. 자동차 보험료도 껑충 뛴다.

음주운전자로 인해 전체 한인사회의 이미지도 손상을 받고 있다. 음주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의 행태가 성실한 대다수 한인까지 '법치국가 속의 외계인'으로 취급받게 만들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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