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애니메이션 합성영화 새지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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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딕 트레이시'는 원작 만화의 느낌을 그대로 전하려 한 실사 영화였다. 반면 '파이널 판타지'는 인간의 머리카락과 주름까지 사실적으로 되살리려고 노력한 3D 애니메이션이다.

여기에 인간과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손을 잡는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가 더해져 영화적 상상력을 넓히고 있다.

'오스모시스 존스(Osmosis Jones)'(전체 관람가·워너)와 '록키와 불윙클(The Adventure of Rocky & Bullwinkle)'(12세 관람가·유니버설)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공존이 영화의 내용과 기술을 어디까지 확대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영화들이다.

'오스모시스 존스'는 '킹 핀'에서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까지, 소위 '화장실 유머'의 달인이라 불리는 바비와 피터 패럴리 형제의 작품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웨이킹 라이프'와 더불어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나온 가장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라는 평을 들었다.

지저분한 동물원 직원 프랭크가 더러운 계란을 삼키자 백혈구 오시모시스 존스가 감기약과 함께 병균을 물리치기 위해 맹활약을 한다는 내용이다.

프랭크의 신체 내부를 애니메이션으로 묘사한 상상력이 놀라운데 신체 기관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위생 관념까지 가르친다.

액션 영화에 가까운 애니메이션 부분의 사운드가 DVD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고, 유명 스타의 목소리 녹음 과정·삭제 장면·이스터 에그(숨겨진 스페셜 피처) 등을 부록으로 싣고 있다.

'록키와 불윙클'은 시대극 '베티'로 감독 데뷔한 데스 멕너프의 2000년 작이다. 1959년에서 64년까지, 미국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제이 워드 원작의 애니메이션 주인공 록키와 불윙클이 뭘하며 지낼까를 상상하는데서 영화는 출발한다.

날 줄 아는 토끼 록키와 엉뚱한 사슴 불윙클이 악당들이 되살아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다는 내용이다. 세 악당이 TV 화면 속에서 빠져 나와 실제 인물로 변하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로버트 드니로·르네 루소의 과장된 만화 인물 연기가 압권이다.

"어린 시절에 믿었던 것들이 어른이 돼서도 사실일 수 있구나"라는 교훈도 되새길 만하다. 추격 장면이 많아 DVD의 위력을 확인하기 좋다. 부록인 프로덕션 노트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제작자로 참여한 사연 등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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