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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에 '신영옥 성악 콩쿠르' 탄생 "세계무대 도전 후배 많았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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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아직도 무대에 서기 전 겁나고 떨려요. 그런데도 제 이름을 내건 콩쿠르가 생긴다니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과분한 느낌이죠. 더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듭니다."

뉴욕에 살면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주역 가수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신영옥(42)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제1회 신영옥 성악 콩쿠르'를 앞둔 소감을 털어놓았다.

5월 처음 열리는 신영옥 성악 콩쿠르는 신씨의 모교인 선화예고가 주최하는 경연대회다. 그동안 국내 무대에서 받은 개런티를 쪼개 틈틈이 내놓은 장학금을 기금으로 콩쿠르를 마련한 것.

"나이를 한살 더 먹을 때마다 언젠가는 고국의 음악계를 위해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연주 일정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지만 매년 1주일씩이라도 짬을 내 서울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싶어요."

차이코프스키·쇼팽·카자드쥐·파가니니·시벨리우스·롱 티보·마리아 칼라스 등 세계적인 콩쿠르들이 유명 음악인들의 이름을 붙여 역사와 권위를 자랑한다. 현존하는 성악가의 이름을 딴 경우는 파바로티·도밍고·카레라스 콩쿠르 정도다. 국내에서도 작고한 음악인의 이름을 내건 콩쿠르가 있긴 하지만 현역 음악가의 이름을 내건 경우는 거의 없다. 신씨가 거듭 '책임감'을 강조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신씨는 선화예고 1회 졸업생이다.어릴 때부터 리틀엔젤스 예술단 독창자로 세계 무대를 누볐다. 1978년 선화예고 2학년 때 동아음악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고, 줄리아드음대 졸업 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와 LA 자코리 로렌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콩쿠르 입상은 새로운 시작일 뿐입니다. 과제곡만 열심히 외워 입상한 후에 정작 무대에 서지 못하는 동료들도 많이 보았어요. 신영옥 콩쿠르가 우수한 후배들을 발굴해 외국 무대에 소개하는 발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5월 21~25일 베를린 도이체 오퍼와 함께 꾸미는 내한공연 '피가로의 결혼'으로 화제를 돌렸다. 신씨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선 것은 93년 '루치아' 이후 처음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수잔나 역은 스폴레토 페스티벌 이후 12년 만의 도전입니다. 대사(레치타티보)가 많아 외우는데 애를 먹고 있어요. 5월 초 베를린으로 날아가 연습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신영옥 성악콩쿠르는 고등부 예선과 대학·일반부 1차 예선은 5월 24일, 대학·일반부 2차 예선은 27일, 고등부와 대학·일반부 본선은 29일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접수는 5월 10~17일. 02-2204-1331.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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