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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고무 호황 … 주가 3배 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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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가족인데 뭐…. 언젠간 응어리가 풀어지지 않겠어요.”

목소리는 조용했고, 대답은 짧았다.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사장단 조찬 간담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금호석유화학 박찬구(62·사진) 회장 얘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화학부문 회장이던 그는 지난해 7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형제 공동경영의 원칙을 깨고, 상의 없이 그룹의 주력사인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사들인 게 문제가 됐다. 당시 박찬구 회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금호석유화학의 내실 위주 경영 방침이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외형 추구와 근본적으로 상치돼 왔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런 박찬구 회장이 17일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가족이니까…”라는 말을 두 차례나 반복했다. “(가족끼리) 좋은 상태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박 회장은 해임 8개월 만인 올 3월 금호석유화학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단은 대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키로 하자 경영권을 보장해줬다. 채권단은 또 계열사별 책임 경영을 이유로 대주주 일가가 맡을 회사를 둘로 나눴다. 고(故) 박인천 창업 회장의 3남인 박삼구 명예회장 부자는 금호타이어, 4남인 박찬구 회장 부자와 2남인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철완(32)씨는 금호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경영하도록 했다. 박철완씨는 현재 금호석유화학 상무보다.

소원했던 형제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 것은 어머니인 고 이순정 여사의 장례식이 치러진 지난달이었다. 박삼구·찬구 형제는 공개 석상에서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자가 당시 형과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고 묻자 박찬구 회장은 “많은 얘기를 나눴다”며 “개인적인 얘기여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주력인 합성고무(자동차 타이어 원료)가 호황을 맞으면서 실적이 부쩍 좋아졌다. 1분기에 전년 동기의 33배인 6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2600억원이다. 목표대로라면 지난해 영업이익(1162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기게 된다.

실적이 좋아지면서 주가도 껑충 뛰었다. 2월 초 1만6100원까지 곤두박질했던 주가는 17일 5만3600원이 됐다. 박 회장은 기자에게 “올해 (실적이) 목표치를 상회할 것 같다”며 “상반기 시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고, 3분기까지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경영 복귀 후 차츰 대외 활동을 늘려가고 있다. 복귀 다음 달인 4월엔 서울 화곡동의 장애인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회사 관계자는 “박 회장이 직접 사회공헌 활동에 참가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17일 참석한 조찬 간담회는 석유화학사 사장들이 참석 대상이다. ‘오너’가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모임에서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처럼 채권단에 의해 금호석유화학을 맡게 된 박찬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신이 회사 경영을 맡게 된 것이 정당하다고 알리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채권단과 상의할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이날 대부분의 질문에 단답식으로 답했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말수가 적은 박 회장으로선 평소에 비해 상당히 많은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외부 활동과 발언을 어디까지 늘릴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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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회장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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