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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 CEO②] 꽃 재배에 평생 건 오한석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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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화하기 전 구근을 돌보는 오한석 씨.

"유행에 민감해야죠."

구근(球根)류 화초를 재배하는 오한석씨(24)에게 불황에도 큰 돈을 버는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꽃에도 유행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제품을 생산하면 망하기 쉽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꽃에 유행이 있다는 말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구근류 화초는 잎, 줄기, 뿌리 등이 비대해져 동그란 모양을 이루고 양분을 저장해 개화한다.

대표적인 꽃은 튜울립, 백합, 칸나, 다알리아, 글라디올러스, 수선,크로커스,아이리스등이다.

"작년에 빨간 튜울립이 잘 팔렸으면 올해는 분명 하얀색과 노란색을 찾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고객취향이 매년 바뀌거든요. 때문에 구근을 사올때 이를 반영해야 합니다. 또 꽃의 고향인 네덜란드나 이웃 일본의 꽃 유행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이들 나라에서 유행하면 1~2년 후 여기서도 유행하거든요."

실제로 그는 꽃의 유행을 찾아내기 위해 매년 네덜란드와 일본등지를 돌아본다.

"요즘에는 파스텔 색깔을 찾는 고객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소비자 취향이 그만큼 다양해진거죠. 꽃도 결국은 소비자 만족여하에 따라 성패가 갈리지요."

오씨는 경기도 과천에서 부친과 삼계농원을 경영하고 있다. 면적은 3000여평. 1500평은 부친 땅이고 나머지는 반은 임대했다.

이곳에서 그는 10여종의 구근류 화초를 재배한다. 지난해 서울등 대도시 꽃시장에 팔아 벌어들인 수입은 3억여원. 순익은 "공개 할 수 없다"며 손을 저었다.

2003년 한국농업전문학교를 나왔으니 그가 본격적으로 꽃사업에 투신한 건 2년 남짓이다. 꽃에 자신의 평생을 걸기로 한 것은 아버지 권유 때문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구근류에 미래가 있다는 부친의 말을 듣고 여주자영농고 원예과로 진학했다.

"너무 좋습니다. 꽃 재배라는 게 잔일이 많아 힘들때도 있지만 노력없이 얻어지는 게 있나요. 그리고 세계 정상급 구근류 사업가가 될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방법이 있냐고 물었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홈페이지(bulbhouse.co.kr)을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부모세대들은 꽃을 생산해 거래처에 팔 생각만 했지 고객들이 직접 찾아오게 하는 마케팅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홈페이지에서 고객들에게 꽃을 사지 말고 직접 구근을 구매해 집에서 재배하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재배기법을 인터넷에서 자세히 알려주지요."

현재 그의 사이트 고객은 200여명. 매년 봄가을이면 이들 고객에게 구근을 팔아 월 200~300만원을 번다. 그는 이 수입을 '아르바이트 소득'이라고 불렀다. 그가 사이트를 개설한 후 얻은 더 큰 소득은 꽃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고객들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꽃을 직접 재배해서 개화가 되면 그만큼 얻는 기쁨도 큼니다. 더구나 가정환경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으니 일석이조 입니다.

농원입장에선 로얄티 강한 고객들이 많아져서 좋구요."

월빙 화초도 그의 관심사다. 단순히 꽃을 보면서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보다 실제로 과학적으로 증명된 제품(꽃)을 많이 개발해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2~3년전 일본에서 '산세베리아'라는 꽃이 보통 화초보다 30배나 많은 음이온이 나온다 해서 히트를 쳤는데 올해 우리나라에서 없어서 못팔 지경입니다. 옆에 두면 관상에 좋고 건강에도 좋은 꽃이 있다면 누군들 마다 하겠습니까."

때문에 그는 외국에 나갈때 마다 이같은 종류의 꽃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재배기법, 구체적인 과학적인 증거등을 찾는다.

화분이 아닌 포장용 화초판매도 그의 머리속에 있다. 현재 구근류 화초는 대부분 화분상태로 판매되는 데 이를 예쁘게 포장해 일반 선물처럼 소비자가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국내 최초로 화훼전문마트를 열어 소비자가 카트를 끌고 다니며 편하게 꽃을 고를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망을 소개했다.

농산물개방과 관련 그는 "구근류를 수입하려면 화분과 함께 수입국 흙이 함께 들어와야 하는데 수송비가 많이 나오고 흙에 대해 검역을 실시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입은 불가능 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경쟁력만 확보하면 돈버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다만 꽃의 씨앗격인 구근재배가 어려워 전량 네덜란드에서 수입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국내 종묘기술이나 환경이 꽃 선진국들 보다 열악해 좋은 품질 구근은 수출업자가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농가에 쓴소리를 했다.

"농산물개방을 겁내기 전에 자신들이 제품을 잘팔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냉정히 반성해봐야 합니다. 우리농가 대부분은 대책업없이 농사 지으면서 안되면 정부탓만 하는 경향이 너무 강합니다. 이렇게 해서는 농업의 미래가 없습니다."

그의 눈에 우리농촌은 아직도 노력은 하지 않고 정부의 보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안되면 빚탕감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정부정책도 탁상공론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대표적인게 후계농업인 융자금제도. 이 제도는 융자 최대액수를 정해놓고 융자회수는 한번으로 제한해 놓았다. 때문에 융자한도액이 아직 남아있어도 한번 융자를 받았다면 다시는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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