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진출 기업 '可口可樂'식 작명 이름 덕에 히트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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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름 덕이 컸다"

1994년 중국에 진출한 오리온 초코파이의 중국식 명칭은 '하오리요우(好麗友·좋은 친구)파이'.

중국 진출 전 이미 경쟁사가 '초코파이'상표를 등록하는 바람에 대신 '오리온'과 비슷한 발음을 내도록 고육지책으로 만든 상표였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좋은친구 파이'는 비교적 낯설었던 한국산 제품에 대해 오랜 친구같은 이미지를 심어주며 인지도를 넓혀갔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지난해 중국 CCTV·인민일보 등이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서 케이크류 부문 브랜드 인지도·점유율에서 1위를 했다.

이처럼 브랜드명을 적절히 현지화해 중국 시장에서 덕을 보는 한국 업체들이 제법 있다. '커커우커러'(可口可·코카콜라)의 한국판인 셈이다.

97년 상하이에 진출한 이마트의 중국 명칭은 '이마이더(買得)'.상하이 현지어로는 '이마떠'로 읽혀 원발음에 더 가깝다. 여기에 '쉽게 살 수 있다'는 뜻이 할인점의 이미지를 적절히 표현해 현지에서 호응이 컸다.

삼성전자의 경우 아예 신조어를 탄생시키도 했다. 휴대폰 문자 창이 두 개인 '듀얼폴더'제품을 처음 중국시장에 출시하면서 중국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쌍병막(雙屛幕)'이라는 단어를 도입했다. 이후 쌍병막은 듀얼폴더형을 일컫는 고유명사화해 다른 업체들까지 차용해 쓰고 있다.

또 돈과 관련이 있는 숫자 '8'을 유난히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성향에 맞춰 모델명도 'A188'식으로 짓는 88시리즈를 만들어냈다.

텔레비전 명품의 '플러스 1'은 '티엔와이티엔(天外天·완벽함에 완벽함을 더하다)'으로 현지화해 이해를 돕기도 했다.

제일기획 중국담당 임지연 대리는 "중국인들의 영어 해독능력이 높지 않아 세계적인 기업도 현지 브랜드명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왕이면 친근하고 뜻도 좋은 이름을 갖는 것도 성공적인 현지화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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