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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씀이 헤프면 신용불량자 되지요 : 합리적 소비 생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8일자 커버 스토리에서 한국 경제성장의 엔진은 공장 건설이나 수출이 아니라 '돈지갑의 힘(Pocketbook Power)'이라고 지적하며 소비 열풍을 꼬집었다. 이 잡지는 요즘 한국인들이 저축보다 소비에 열중해 1987년 이후 저축률이 10%나 줄었고, 외제 상품을 좋아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소개했다. 한국은행도 사람들이 금리가 낮아 금융기관에서 돈을 앞다퉈 빌려가는 바람에 지난해 가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밝혔다(본지 3월 23일자 1면,5면). 청소년들의 소비 실태를 짚어보고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본다.

편집자

◇청소년들의 소비 실태

요즘 10대들은 교통비를 아끼거나 중국음식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여자 친구 생일이나 밸런타인 데이 등 기념일에 선물은 꼭 주고 받는다.

10대들은 또 인터넷 게임을 하지 않으면 친구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으므로 PC방에 가고 새로운 게임CD를 사느라 돈을 쓴다. 아바타를 꾸미는 데도 용돈을 할애한다.

중·고생의 67%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CD와 연예인들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는 어떻게 하든 사야 직성이 풀린다.

지갑·시계·구두 등도 '프라다''아르마니' 등 비싼 명품 브랜드를 고집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따돌림당하지 않으려고 친구들끼리 명품 구입을 위한 계 모임도 만든다(본지 2001년 8월 21일자 30면). 학용품은 일본 제품을 선호하는데 가격이 비싸면 부모님을 졸라 구입한다.

10대들의 돈 씀씀이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한 경제연구소는 청소년 1천만명이 1년에 쓰는 돈을 10조~15조원으로 추산했다. 90년보다 다섯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소비가 늘면 생산과 일자리·소득도 함께 늘어 경제 전반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으니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용돈보다 소비 규모가 커지면 빚이 불어나 결국 파산한다. 돈이 많더라도 과시성 소비를 한다면 또래들의 눈총을 사게 된다.

청소년보호위원회(www.youth.go.kr)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폰 통화료를 연체한 적이 있는 학생이 전체 학생의 83%나 됐다. 지난해 말 현재 미성년 신용불량자도 1만여명이 넘는다.

◇활동 주제

①학급원 모두가 1천원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한가지씩 그 이유와 함께 발표한 뒤 칠판에 적는다. 그 다음 '바람직한 소비 베스트 10'을 정하고, 순위가 정해진 이유를 각자 분석해 정리한다.

②휴대폰 요금을 아끼기 위해 청소년 전용 요금제를 택하고, 통화기입장을 작성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본지 2002년 2월6일자 36면). 과소비 사례와 알뜰(현명한) 소비 아이디어를 찾아 학급 홈페이지에 올린다.

☞과소비=밸런타인 데이 등에 중·고생 평균 용돈 5만~6만원의 두배에 이르는 10만원대의 선물하는 것, 아바타를 치장하는 데 매월 수만원씩 쏟아부어 부모와 갈등을 빚는 것, 휴대폰 요금 연체료를 내기 위해 부모에게 거짓말을 해 용돈을 더 타내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등.

③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면 물건을 살 때 먼저 그 상품이 반드시 필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다음엔 가격·품질·사후 서비스 등 상품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물건을 살 장소도 정한다. 구입한 물건의 질이나 서비스가 나빠 피해를 봤다면 배상을 요구하고,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비자보호단체에 알려야 한다(본지 2001년 5월 23일자 47면). 모둠을 만들어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모둠원들의 소비성향을 돌아가며 진단한 뒤 고칠 점을 제시하고, 일정 기간 서로 충고하는 활동을 한다.

④일주일 또는 한달 단위의 용돈기입장을 만들어 정리한다. 그 다음 필요없는 소비나 알뜰 소비가 가능했던 항목을 찾아 하나씩 고쳐나가는 '성공 일기'를 작성한다.

⑤한국청소년개발원(www.youthnet.re.kr)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매체 광고에 자극받아 물건을 사는 사례가 많다. 학급원들이 모둠을 지어 신문·잡지 등 인쇄매체와 TV 광고를 한가지씩 모니터해 청소년의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허위·과장 광고 등을 걸러낸다. 결과는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에 올린다.

⑥급우들의 용돈 사용 실태를 조사해 보고서를 만드는 활동도 좋다. 먼저 조사 기간을 정한 뒤 조사 이유 적기→조사 내용·방법 정하기→결과 분석(지출을 줄여야 할 부분 등)→알게 된 점(용돈 평균, 용돈 마련 방법, 제일 많이 쓰는 곳 등) 정리→절약 방법 찾기→더 알고 싶은 점과 느낀 점 적기→보고서 작성 순서로 한다.

이태종 기자

※코디네이터역=이미화(본지 NIE 연구위원·광주 대광여고 교사)·이재현(본지 NIE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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