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노조 복귀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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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발전 노조 파업이 강제 해산과 대량 해고라는 최악의 파국으로 간 것은 불행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만약 전체 노조원의 대다수인 4천여명이 집단 해고를 당한다면 전교조 사태 이후 초유의 일로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 발전 노사의 충돌은 진작 끝냈어야 했고 노사 양측의 극한 대치가 몰고 올 파장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파국을 수습해야 한다.

정부는 어제 새벽 농성 중인 발전 노조 조합원들을 강제 해산한 뒤 이날까지 미복귀 조합원에 대한 해고 절차를 밟고 비상시 제한 송전도 불사한다는 전력 공급 대책을 밝혔다. 정부로선 협상의 마지막 퇴로까지 차단한 셈이다. 발전 사업의 민영화는 이미 국회를 통과한 돌이킬 수 없는 국민적 선택이기 때문에 국가 동력을 책임진 발전 노조는 불법 파업을 철회하라는 충고를 우리는 거듭해 왔다. 그렇다고해서 4천여명에 달하는 대량 해고를 그대로 묵인해서도, 방치할 수도 없다고 본다. 강경 대 강경으로 맞붙은 결과 파국으로 가는 길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더 이상 후퇴할 수는 없다. 남은 선택은 노조가 직장에 복귀하는 일이다. 그것이 위기에 처한 전력 사태를 바로잡고 향후 노사 문제의 기본틀을 만들어 가는 현명한 길이라고 판단한다.

발전 노조 측은 외곬 투쟁을 고집한 결과 결과적으로 조합원을 보호하지 못하는 전략적 실패를 드러내고 말았다. 민영화가 몰고 올 고용 불안이 있다 해도 정부 정책의 저지라는 정치적 투쟁으로 일관했어야 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발전 파업 사태는 민주노총이 곧 총연대파업 투쟁을 결정할 예정이어서 노정(勞政)간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월드컵은 물론 경기 회복 국면에 노사 충돌이 더 이상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 더구나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가 전면적 정치 투쟁으로 연결돼선 국민적 지지를 결코 얻을 수 없다. 발전 노조 집행부가 뒤늦게나마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것은 다행이다. 노조는 한발 더 나아가 우선 업무에 복귀한 뒤 협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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