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피플소프트 마침내 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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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오라클의 저돌적인 최고경영자(CEO) 래리 앨리슨이 마침내 미국 내 최대 경쟁자인 피플소프트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6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선언한 지 1년반 만이다.

피플소프트 이사회는 13일(현지시간) 주당 26.5달러, 총 103억달러에 회사를 오라클에 넘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주당 인수가격 26.5달러는 지난 10일 피플소프트의 종가(23.5달러)에 11%의 웃돈을 얹어준 것이며, 적대적 M&A를 선언하며 제시했던 가격(16달러)보다는 66%나 높은 것이다.

오라클은 그동안 완강하게 버티는 피플소프트 주주들을 회유하기 위해 인수가격을 모두 다섯번이나 올렸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합병이 발표된 이날 오라클에 대해 기존의'부정적 관찰대상'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자금 조달 및 향후 구조조정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합병은 양사의 주총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이미 지난 9월 양사의 합병이 미국 독과점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렸으며, 유럽연합(EU)도 비공식적이지만 유사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번 M&A로 오라클의 기업 고객은 2만2750개사에 달하게 됐다. 직원수는 5만3800명에 이르는데, 앞으로 얼마나 감원할지가 관심거리다.

합병 성공으로 오라클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세계 최대인 독일의 SAP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오라클은 세계 2위이자 미국 내 1위였으나 지난해 7월 미국 2위였뎐 피플소프트가 경쟁업체인 JD에드워즈를 17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세계 3위로 밀렸다. 두 회사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는 동안 SAP는 반사이익을 크게 누렸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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