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정치 가라" 大選감시 NGO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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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후보 운동원한테 돈 얼마나 받았나요." "10만원…."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 시민단체 인사들과 기자들이 둘러앉아 VTR로 영상물을 보고 있다.

화면은 제주와 울산에서 실시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현장. 후보자들에게서 돈을 받은 선거단원과 불법 선거운동원들이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고백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영상물을 촬영, 공개한 단체는 '대선(大選)감시 시민옴부즈만'이란 신생 NGO.

지난달 25일 박원순(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송두환(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이남주(한국 YMCA연맹 사무총장)·이오경숙(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김성수(성공회대 총장)씨 등 시민·사회단체 지도급 인사 10여명이 앞장서 만들었다.

이들이 개인자격으로 참가하고 실무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와 YMC

A·한국여성민우회 등 전국 규모의 단체들이 맡기로 했다.

시민옴부즈만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활동은 경선자금 투명성 확보 운동이다.

이를 위해 시민옴부즈만은 발족과 함께 경선 후보 전원에게서 ▶선거 기간 중 회계장부 공개▶10만원 이상 수입·지출시 영수증 처리▶경선자금 지정 계좌 유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과의 서약서'를 받았다.

사실 이와 같은 정치자금 운영에 대한 규정들은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2백9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지난해 말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 정치자금법 개정안과 맥락을 같이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종 게이트로 얼룩지는 우리 사회의 악순환의 원인이 불법적인 선거·정치자금 수수에 있는 만큼 이번 대선에서부터라도 '돈 정치'에 대한 개혁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시민단체들의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시민옴부즈만의 또 다른 주요 활동은 공명선거 감시운동.

시민옴부즈만은 11일 공개한 영상물 내용을 근거로 후보 두 명을 지난 22일 검찰에 고발조치하는 한편 경선이 중반에 접어듦에 따라 각종 불법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6일과 17일 각각 광주와 대전에서 열렸던 경선에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중앙 시민단체의 회원 40여명과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 60여명 등 1백여명이 디지털 캠코더 등으로 무장하고 경선장을 지켰다.

이들의 매서운 감시 덕에 다행히 제주와 울산에서 보이던 향응이나 금품 제공 같은 가시적인 불법 선거운동은 일주일 만에 대부분 사라져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참여연대에서 시민옴부즈만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태식 간사는 "후보들의 비협조 등으로 선거 감시 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경선을 시작으로 다가올 지방자치제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한번 '시민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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