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회계도 품질경쟁 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분식회계 사면이라니? 한국 기업에 무슨 대단한 회계 부정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오인될까 걱정된다. 외국인들이 웃는다."

안진회계법인과 하나회계법인의 합병 후 대표를 맡게 된 양승우(사진) 안진회계법인 대표는 14일 내년 시행되는 증권 집단소송제와 관련, 최근 '과거 분식회계 사면' '과거 분식 해소' 등 적절치 못한 표현이 너무 자주 언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에서 회계분식이 성행하고 있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칠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과거처럼 대규모 분식을 하는 회사가 지금 얼마나 되겠느냐"며 "외환위기 이후 회계기준과 감사기준이 강화되면서 회계법인과 기업 모두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날 안진.하나회계법인의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안진과 하나의 합병으로 공인회계사 742명을 포함해 1100여명의 전문가를 보유한 대형 회계법인이 탄생했다"며 "회계법인들도 본격적인 품질 경쟁시대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안진과 하나회계법인은 세계 최대의 회계 컨설팅그룹인 딜로이트투시토머츠의 한국 회원사로 금융자문 전문조직인 딜로이트FAS와 경영 컨설팅 전문인 딜로이트 컨설팅을 관계사로 두고 있다.

그는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을 늘려온 정부 정책에 공감을 표시했다. 회계전문가들이 사회 각계로 진출해야 사회적인 회계 인프라가 좋아진다는 점에서 정부와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시험에 합격한 회계사들이 제대로 실무 수습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안진회계법인의 과거 해외 파트너였던 아서 앤더슨이 엔론 파문으로 2002년 문을 닫으면서 '개인적으로' 손해를 봤다고 털어놓았다. 회계법인은 손해를 보지 않았지만 아서 앤더슨 파트너였던 그는 퇴직연금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날렸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그 일만 없었어도 벌써 은퇴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