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이후 정치를 말한다 ③ 당무 복귀하는 이회창 선진당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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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이 두꺼워진 걸로 착각했습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여러 차례 이런 말을 하면서 “정치 주도 세력을 다시 좌파정권으로 넘겨주지 않으려면 우리가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율’ ‘백의종군의 자세’란 단어도 썼다. 7일 당 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던 그를 15일 서울 동빙고동 자택에서 만났다. 하루 뒤인 16일 이 대표는 당직자들에게 "내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인터뷰가 당무 복귀의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15일 서울 동빙고동 자택에서 보수대연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다음날 사실상 당무 복귀를 결정했다. [김형수 기자]

-져선 안 될 선거에서 졌다고 하셨는데요.

“저나 당이 ‘지지는 않겠지’란 안이한 태도를 가졌던 게 제일 잘못이죠. 근본적으론 현 정권에 대한 응징 심리가 친노 세력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보수대연합을 주장하신 이유는 뭡니까.

“선거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보수는 교육감 선거에서 보여지듯 각자 뛰는 식 아니었습니까. 다음 대선 때도 이렇게 하면 좌파 정권의 재현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에선 보수도 진보 진영처럼 선거 연대를 할 수 있었을 텐데요.

“보수 쪽은 그런 필요를 덜 느꼈죠. (진보 진영의) 정당 간 연합이나 연대가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좀 예상 밖이었다고 인정합니다.”

-보수대연합의 지향점은 결국 합당인가요.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얘기하는 건 아니고…. 어떤 공통의 가치관을 가지고 연대하거나 공조하는 형태는 반드시 합당이 아니라도 가능하겠죠.”

-패배 책임을 피하기 위해 보수대연합을 주장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2007년 대선에서 보수가 대승을 하지 않았습니까. 보수층이 아직 우리 사회의 주류라고 여겼어요. 하지만 이번 선거를 보니 중간층이 (보수 쪽으로) 온 걸 보수층이 두꺼워졌다고 착각했던 겁니다. 언제든 저쪽으로 갈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2002년 대선과 비슷한 상황에 위기 의식을 느꼈습니다. 보수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서로 힘을 모으는 단계가 된다면 저는 백의종군의 자세로 하겠습니다.”

-중간층에 보수가 매력적으로 보일까요.

“보수대연합은 인프라 또는 하드웨어입니다. 거기에 어떤 소프트웨어를 넣어 중간층을 끌어올까 하는 건 그 다음입니다.”

-2007년 대선 때 ‘보수를 보완하겠다’고 하셨는데 결국 실패한 거 아닙니까.

“당시 경쟁을 통해 나은 선택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게 진정한 보수 가치의 실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 정권 출범 이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변해 버렸어요.”

-천안함 문제를 두고 사회 분열상이 심합니다.

“보수 정권이 게을렀고 보수도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8조8000억원을 바치는 동안에도 연평해전은 일어났다. 이젠 정말 꿀밤 먹이고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어야 했어요. 대통령이 나팔 불 듯 말만 하니 민주당과 좌파 세력의 선전에 놀아나 버린 거예요.”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회기 중 세종시를 표결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이 대통령이 ‘민심이 거부한다면 그걸 따르는 게 정도’라고 말하고 당당히 철회하는 게 좋은 거 아닙니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토해양위에서 표결처리 하기로 합의했는데 응하시겠습니까.

“정상적인 표결 절차로 가면 해야죠.”

-4대 강 사업을 어떻게 봅니까.

“원래부터 무리한 사업이죠. 정부가 (반대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는데 그건 좀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여권에서 세대교체론이 나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매번 때가 될 때마다 똑같은 메뉴가 등장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대교체는 항상 필요한 겁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화두로 내세우는 건 좀 의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시나요.

“그런 것보다 확 바꾼다는 게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거지요. 권력이 당이든 정부든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현 정부의 주요 국정 어젠다에 비판적이신데 현 정부를 보수 정부로 여기십니까.

“보수 정부죠. 제대로 못하니까 그렇지. 자꾸 중도실용, 중도실용 하고.”

글=고정애·심서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6·2 이후 정치를 말한다 ① 정세균 민주당 대표
6·2 이후 정치를 말한다 ② 김무성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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