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기름 유출에 맞서 싸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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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사진) 미 대통령이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에 대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2개월째 계속되는 기름 유출로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 현장을 네 번째 찾은 뒤 15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오벌오피스(백악관 집무실) 연설로 대국민 설득에 힘을 쏟았다. 16일엔 사고 석유회사인 BP 경영진을 백악관으로 불러 사태 수습과 피해 보상에 관해 협의한다.

오바마는 이날 TV로 생중계된 오벌오피스 연설에서 “이번 사고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난”이라며 “모든 것을 동원해 기름 유출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통상 오벌오피스 연설은 역대 미 대통령이 국가적 안위가 직결된 중대 사안이 발생할 때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직후 집무실에서 연설했다.

오바마는 “멕시코만으로 흘러든 수백만 갤런의 원유 피해는 전염병과 비슷하다”며 “방제 작업에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군 병력 투입도 언급했다. 그는 “기름띠 피해에 직면한 4개 주에서 1만7000명 이상의 방위군을 조속히 방제 작업에 투입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젠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식 혁신을 일으키고 우리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기 위한 국가적 임무에 착수해야 한다”며 화석 연료를 대체할 청정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바마 대응에 대한 불만 고조=시장조사기관 GfK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고에 대한 오바마의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52%로 집계됐다. 또 54%는 “원유 유출 사고에 대한 관료사회의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답변 유보가 많았던 지난달 조사보다 반대 층이 늘어났다.

한편 이날 열린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사고 회사인 BP의 미국법인 라마 매케이 회장 겸 사장에게 “책임을 지고 사임하라”고 다그쳤다. 오염 피해 지역인 루이지애나 출신의 안 조지프 카오 의원은 “일본 봉건시대라면 검을 주며 할복하라고 요구했을 것”이라고 매케이 회장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청문회엔 BP를 비롯해 엑손모빌, 코노코 필립스, 셰브론, 셸 오일 등 5개 대형 석유회사의 경영진이 증인으로 나왔다. 엑손 모빌의 렉스 틸러슨 최고경영자(CEO)는 “BP가 시추설비를 적절하게 설계하고 안전검사와 관리를 계속했다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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