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판 '한 우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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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20일 '상공의 날'에 산업훈장의 영예를 안은 중소·중견업체들은 20~30년간 한 분야의 최고 기술과 품질에 매진한 것 이외에도 공통점이 적잖다. 한결같이 시장중시·노사화합·환경친화 같은 기업경영의 필수 덕목들을 소중히 여겼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김용인 이사는 "유망 기술이나 자기 사업모델에 매몰돼 경영관리와 마케팅을 소홀히 하기 쉬운 벤처업체가 눈여겨 볼 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심사위원들이 평가한 공적 내용.

<은탑>

◇아메스(대표 김익환·56)=일명 '천년 자수정'으로 관광산업발전과 외화획득에 기여했다.

30여년간 한국산 자수정 원석을 채취하고 가공·디자인 기술을 연마하는 데만 몰두했다. 이 덕분에 향후 10년간 쓸 양질의 원석을 쌓아놓고 있다는 게 큰 경쟁력이다. 경력 10년 이상의 최고급 기술자를 20여명 양성한 덕분에 자수정 가공기술이 세계 최고인 독일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9년 귀금속업체론 처음 정부의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고, 제품은 산업자원부가 선정한 한국의 1백대 수출 전략상품에 포함됐다. 일찍이 중국시장을 개척해 현지 면세점 귀금속 매출 1위에 올랐다.

◇진합(대표 이영섭·61)=24년간 볼트 등 자동차 부품의 기술개발과 노사평화에 진력했다.

미국·독일·일본 등 세계 일류 자동차 부품업체들만 모인 GFA라는 단체의 국내 유일 회원사라는 점, 노동조합 설립 후에도 14년간 무분규 사업장이라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업종 특성에 맞게 공장 네곳과 영업소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주문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아웃소싱 경영기법도 일찍 터득했다. 원자재 가공공정과 제품의 운반·납품, 제조를 차례로 분사 또는 외주해 공정 전문화에 힘썼다.

<동탑>

◇경동도시가스(대표 이형기·60)=대표는 10년 이상 세무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업계에 투신해 99년 이 회사 최고경영자에까지 올랐다. 이듬해에 1백51%의 매출신장을 기록하는 등 창사 이후 최고속 성장을 주도했다.

경영기법의 새로운 바람을 동종업계에 일으키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통한 첨단 안전관리 기법. 지하시설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가스관 매설 과정의 안전사고를 크게 줄였다. 심야 굴착공사 때 생기는 가스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 사외(社外)당직제도를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명진섬유(대표 석정달·63)=사양길에 접어든 대구 섬유업계에서 귀감이 될 만한 업체. 2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어온 石사장은 여성 특유의 디자인·색채 감각을 발휘해 제직·날염·염색 가공 기술을 한단계 높였다.

품질·생산방식의 효율성을 인정받아 유럽 최대 섬유 바이어인 영국 마크&스펜서가 제휴의 손길을 뻗칠 정도다.

노동조합이 아예 없는 업체이기도 하다.모성애와 가족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그리고 남녀차별이 없는 노사관리 덕분이라는 평가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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