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자유무역권 불 붙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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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럽연합(EU)이 완전 경제통합 단계로 들어가고 미국의 주도 아래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은 2005년까지 FTA를 남미 대륙 전체로 확대키로 했다. 두 개의 경제블록이 유발하는 경제적 실리가 가시화되자 세계의 많은 인접국가들은 경쟁적으로 FTA를 통한 교역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드디어 동북아의 역내국가들도 FTA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한 연구 검토를 제안했다.곧 이어 중국과 아세안은 앞으로 10년 안에 FTA를 체결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에 뒤질세라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올해 초 아세안 5개국을 순방하면서 일본과 아세안 사이에 단순 FTA에 기술과 문화교류까지 포함되는 포괄적 FTA를 제안했다.

중국은 지금까지의 외국인 투자유치를 강화하는 한편 이제는 밖으로 진출하자는 '走出去'전략을 설정하고 4월 1일 쿤밍(昆明)에서 아세안 10국의 고위관리를 초청해 FTA추진협의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중국은 2010년 해외직접투자 유치 규모를 1백억달러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은 안정적 수출시장확보, 해외투자유치 확대 및 지역별 수출거점확보 이외 선진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한 첨단기술 및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국내제도를 국제기준에 맞도록 투명화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는 현재 통상대국으로서 국제표준에 수렴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에게 이제 FTA는 필연적 개방화 전략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한국은 지역별 거점국가와 FTA 추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동안 첫번째 대상국가로서 칠레와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자유무역협정은 장기간이 소요되는 국가간 협상과정으로, 많은 나라들은 FTA 연구와 협정 추진 등을 거점국가들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미국과 이스라엘 사례등에서 볼 수 있다. 일본도 싱가포르와의 체결 이후 멕시코 및 칠레와 FTA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칠레의 정부간 공식협의 이외에 한국·멕시코 사이의 FTA 가능성도 연구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지난 40여년 동안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일본과의 경제교류에 힘입은 바 크다. 한·일간의 경제협력 중요성을 감안해 재계와 연구기관 차원에서 한·일간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기초검토를 진행해 왔다. 최근 우리 농업계는 일본과의 FTA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한·일 재계도 FTA 체결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한·일간의 협정이 성사되고 중국이 차후에 참여할 수도 있다. 혹은 한·중·일이 동시 병행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그러고 난 다음 동남아의 AFTA와 연계되면 동아시아 경제협력의 큰틀이 아세안+3 틀에서 구축돼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 등의 현안에도 불구하고 한·일투자협정(BIT)을 타결해 서명만 남겨둔 상태에 있으며,2002년 쳉마이 이니셔티브에 따라 외환위기가 재발할 경우 70억달러까지 통화 스와프를 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그리고 한·중·일 고위 금융당국자가 금융운용의 상호감시체계 등도 설계하고 있다.

이번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정부가 FTA 후속 논의를 공식화하고 한·일투자협정을 서명, 발효시키면 양국간의 경제관계는 더욱 성숙단계로 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칠레와 먼저 성사되든, 일본과 성사되든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실은 FTA 체결이 자동적으로 우리에게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FTA는 열려진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조정을 이행하고 경제의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할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지난 40년 동안 동아시아가 추구한 미국시장 일변도의 수출주도 전략은 이제 분명한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21세기의 동아시아 경제의 다이내미즘은 역내로부터 상호수요를 창출해 가는 데서 찾아야 한다. 동북아 FTA 체결은 역내수요 창출의 효과적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이제 동북아에서 FTA를 점화하는 데 적극적인 참여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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